“대규모 정부 투자보다 민간 부문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게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이다.”(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코로나 사태로 평균 소득이 줄지 않았는데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현금을 뿌리면 경제엔 독(毒)이 될 수 있다.”(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세계적 석학들은 기업 활력을 북돋우는 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꼭 필요한 곳을 집중 지원하는’ 선별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4일(현지시간) 이틀째 화상으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서다.
미 재무부 차관보를 지낸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는 “팬데믹 이후 기존에 활용되지 않던 잠재자본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이 유휴 인적자본을 비즈니스에 투입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작년 2·3분기에만 미국의 잠재자본 기여도가 국내총생산(GDP)의 5~6%에 달했다”며 “성장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도미닉 살바토어 포드햄대 교수는 “노동인구 감소 및 생산성 저하로 미국 경제는 팬데믹 이전부터 위기였다”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신성장산업에 대한 기술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서머스 교수는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진 건 연방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사회보험 및 투자 확대로 대응해야 할 일을 현금 배포로 무마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테일러 교수도 “정책 결정자들은 부양책 규모를 결정할 때 급격히 늘고 있는 국가부채 수준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인도중앙은행 총재 출신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선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대출을 받을 수 있거나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에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며 “생존이 가능한데 대출 활용이 어려운 곳에만 수개월간 한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국제기구 강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확대, 개발도상국 채무 조정, 세계무역기구(WTO) 정상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들의 세계화에 대한 공격으로 국제질서가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금융위기 전문가’로 꼽히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선진국은 외부의 나쁜 충격에 의한 금리 인상만 없다면 단기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신흥국은 (부채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가 간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선 신흥국에 대한 지원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조재길/워싱턴=주용석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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