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대뜸 “얼마 전 알게 된 분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경기 성남 ‘안나의집’을 운영 중인 김하종 신부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코로나19 탓에 다른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노숙자와 홀몸 어르신들에게 한결같이 따뜻한 식사를 나누고 있다”며 “SK는 사회에 어떤 행복을 더 할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후 곧바로 고민을 실행에 옮겼다.
SK는 ‘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5일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 음식점에 도시락 주문을 하고 이렇게 구입한 도시락을 사회 취약계층에 무료로 나눠주기로 했다.
우선 서울 중구 명동·회현동 일대 중소 음식점을 상대로 도시락 주문이 이뤄진다. 도시락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운영 중인 무료 급식소 ‘명동밥집’으로 향한다. 명동밥집은 하루 약 500명의 노숙인, 결식 노인에게 도시락을 나눠준다. 명동·회현동 1구역 상가연합 및 골목상점 연합체 남촌상인회의 윤남순 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지역 식당 매출이 50~60%나 줄어 생계가 막막했는데 걱정을 다소 덜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사업 기간은 앞으로 석 달이다. 이 기간 독거노인 등에게 40여만 끼니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산은 올해 진행하지 않은 그룹 신년회 비용 등으로 충당한다.
SK는 재원 부족으로 무료급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안나의집에 하루 200여 개의 도시락을 보내주기로 했다. 최근 독거노인과 노숙인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나의집은 하루 무료 급식량을 기존 500식에서 800식으로 늘렸지만, 이마저도 부족해 상당수가 밥을 못 먹고 발길을 돌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전국의 주요 사업장 주변 무료 급식소 정상화를 위한 비용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대면 배식을 중단한 무료 급식소에서 도시락 배달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도시락 배달이 마땅치 않은 지역에선 SK가 운영 중인 결식아동 도시락 지원 프로그램 ‘행복 도시락’과 연계해 지원한다. 또 인근 음식점에서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해 주는 것도 병행한다. 행복도시락 협동조합은 전국에 29개 센터를 두고, 연 350만 개의 도시락을 결식 아동에게 지원 중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사회적 가치) 위원장은 “이번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 우리 사회 각계의 파트너들과 함께 결식 문제를 해결하며 SK가 사회에 행복을 더해 주길 희망한다” 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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