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000 등정 의미는…3300이냐 vs 조정 대비냐[종합]

입력 2021-01-06 11:07   수정 2021-01-06 11:18



코스피지수가 '박스피' 오명을 벗고 꿈의 지수로 불리는 3000선에 올라섰다. 1956년 3월 개장 이후 처음으로 국내 증시가 3000선을 밟으면서 지수 향방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경닷컴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3000선 등정 의미와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코스피 13년5개월만에 앞자리 숫자 2→3으로
6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2007년 7월25일 2000을 넘어선 후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데에는 13년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앞서 코스피지수가 1000선(1983년 3월)에서 2000선을 돌파하기까지는 18년3개월이 걸린 바 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2175.17로 시작해 횡보하는 장세를 유지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1457.74까지 곤두박질쳤다.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와 사이드카가 동시 발동되는 등 충격이 컸으나 주요국의 경기부양책과 함께 동학개미 운동이 거세지며 지수는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고 'K방역'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면서 코스피는 주요국 증시 대비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지난 8월 2300, 2400선을 연이어 돌파한 데 이어 돌아온 외국인과 함께 파죽지세로 오르기 시작하며 전대미문의 2800선까지 뚫었다.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간 코스피는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4일 2900선을 밟은 이후 불과 3거래일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3000시대를 이끈 일등공신은 동학개미다. 폭락장에서 주식시장에 대거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63조원에 달하는 국내 주식을 쓸어담았다. 동학개미들의 주식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개미들은 올해 들어서도 외국인 기관이 내다 판 물량을 모두 거둬들이며 황소장을 이끌고 있다.
"코스피 3000 돌파는 자연스러운 현상"


이날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돌파한 데 대해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짚었다.

고 센터장은 "지수 자체로 보면 큰 의미가 있지만 시가총액 상위사 구성을 살펴보면 예견됐다"며 "전통기업에서 미래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증시 상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증시와 비교해 설명했다. 일본은 시총 상위종목에 전통적인 기계, 화학, 자동차 기업이 아직 대거 포진돼 있지만 우리는 플랫폼, 반도체, 위탁생산(CMO) 관련 업종이 많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 센터장은 "기업들의 실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미래가치를 중시하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며 "기술이 경제를 견인하는 시대가 다가옴과 동시에 코스피지수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고점이 아닌 만큼 3000선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로 증시 상승 속도가 빨라졌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김 센터장은 "현재 증시 활황 국면은 증시 과열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경기 상황은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이라며 "증시 고점을 우려할 시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적정하고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3000선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까진 증시가 하락할 이유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승장 이어질까…관심가져야 할 종목은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3300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유승창 센터장은 "코스피 3000이라는 지수가 주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현재 주도주를 중심으로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코스피 3000을 주도했던 반도체, 2차전지, 화학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실적과 유동성이 모두 뒷받침되는 이들 섹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실적 개선으로 인한 본격적인 숫자는 올해 말에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증시에 대해 장밋빛 전망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증시가 과열구간에 진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증시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과열권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며 "풍부한 개인 유동성과 기대감 때문에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 속도보다 주가가 빠르게 올라왔다"고 진단했다.

아직 조정에 빌미가 될만한 이슈가 나온 상태는 아니지만 부정적 이슈에 점점 민감해지는 환경에 노출됐기 때문에 조그마한 악재에도 점점 더 민감해질 수 있다는 게 정 본부장의 설명이다.

정 본부장은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1~2월 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다시 늘어난다면 주가가 조정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또 미국에서 바이든 행정부 시대가 열리고 북한이 5년 만에 공산당 대회를 여는 등 지정학적 불안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봤다. 올해 상반기 금리 상승 가능성, 상장 기업들의 실적도 살펴야 할 변수로 꼽았다.

특히 기업들의 실적이나 기업들이 제시하는 향후 실적이 투자자들의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현 주가에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돼 있어서다.

이에 그는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본부장은 "보수적으로는 현금 확보가 될 수도 있고, 주식 쪽에서 고려한다면 안전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장기 우량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기 투자에 얽매일 수 있는 '빚투' 등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선희 / 차은지/ 윤진우/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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