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태양광 관련주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월가에서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지원으로 주택용 발전기 설치업체는 직접적인 수혜를 입겠지만, 패널 제조업체는 공급과잉에 당분간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5개 태양광 관련주에 대해 엇갈린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기본적으로 태양광 산업의 성장성에 대해서 높게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새로운 정책지원과 매력적인 금융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태양광 관련주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특히 배터리 스토리지 등 새로운 고성장 시장의 등장은 가치를 더하는 요인”이라고 소개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신재생에너지 육성 등 기후 관련 정책방향 또한 이런 성장세에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향후 태양광 시장에 대해서는 “회복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올해 미국의 태양광 수요에 대한 기대치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시작되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골드만삭스는 태양광 섹터 내에서 주택용 발전기 설치에 중점을 둔 회사에 우선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대표적인 회사가 인페이즈에너지(ENPH)다. 인페이즈에너지는 지난해 571% 급등한데 힘입어 오는 7일 S&P500지수 편입을 앞두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인페이즈에너지의 12개월 목표가를 지금보다 28% 높은 232달러로 제시했다. 핵심사업인 주택용 마이크로 인버터에서 시장 점유율이 계속 늘고 있는 점, 배터리 등 신제품의 성장세, 해외시장 개척 등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브라이언 리 애널리스트는 “인페이즈에너지가 접근 가능한 시장규모는 현재 20억달러에서 몇 년 뒤 140억달러로 커질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수익이 올해 6000만달러에서 2022년 4억달러 이상으로 증가해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주택용 태양광 설치업체인 선노바(NOVA)와 선파워(SPWR)에 대한 목표가도 높였다. 선노바는 44달러에서 60달러로, 선파워는 23달러에서 33달러로 올렸다. 다만 주택용 시장점유율 1위인 선런(RUN)에 대해서는 목표가를 61달러에서 67달러로 올리면서도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선런의 현재 주가는 73달러다.
세계 최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퍼스트솔라(FSLR)에 대해서는 정반대 의견을 냈다.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두 단계나 끌어내렸다. 목표가는 101달러에서 81달러로 낮췄다.
현재 시장에서 태양광 패널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태양광 발전수요의 회복속도는 아직 충분치 않다는 게 판단 근거였다. 제조업체들에 대한 가격하락 압박 역시 계속될 것으로 봤다. 리 애널리스트는 “퍼스트솔라의 매출과 수익은 이미 정점을 찍었다”며 “내년까지 패널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주당순이익(EPS) 하락세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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