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를 '구내염'으로 진단한 소아과 의사의 면허 박탈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글에서 "허위진단서를 내려 구조될 기회를 잃도록 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한경닷컴> 취재 결과, 해당 소아과 의사는 지난해 9월 정인이 진단 후 소견서나 진단서를 발급한 사실이 없었다. 진료 당시 정인이 양부와 동석한 아동보호전문기관 측도 소견서 및 진단서는 요구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서울 양천경찰서 측 또한 "당시 의사 의견과 같은 특정 사례만으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조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인이 양부가 지난해 9월23일 아동보호소 직원과 함께 병원을 찾았을 당시 구강 내의 상처, 구내염 및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고 양부와 동행한 아동보호소 직원에게 분명히 전했다"며 "구강 내 상처와 구내염에 대해서는 치료를 진행했고, 체중 감소에 대해선 대형 병원의 별도 검사가 필요하다고까지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도 "소견서 형식이 아닌 의견 청취를 통해 당시 상담 내용을 기록해놨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소견서 발급은 아니지만 진료확인서와 같은 양식을 소아과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사실은 있다. 다만 상세한 내용에 대해선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진단서 및 소견서와 진료확인서는 다르다. 의사의 전문성에 토대한 공적 보증 성격의 진단서나 소견서와 달리, 진료확인서는 단순 진료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작성하는 문서로 주로 약 처방 참조 등에 활용된다.
해당 의사는 "의사의 진단 및 소견은 별도 작성하고 의사의 서명 등도 기재한다. 주로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된다"면서 "그러나 그날 양부와 동행한 아동보호기관 직원은 진단서 및 소견서 발급 요청을 하지 않았다. 확인서도 그 이후 발급 받으러 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진단 내용이 정인이에 대한 양부모의 아동학대 여부 판단에 결정적 역할을 미쳤다는 주장도 경찰 측 입장과는 차이가 있었다.
서울 양천경찰서 측 또한 "당시 의사 의견과 같은 특정 사례만으로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조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 또한 진료 기록 등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아동학대처벌법,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를 통해 알게 된 내용에 대한 비밀 엄수 의무 때문이다.
해당 소아과도 진료기록을 증빙으로 공개할 수 없다. 의료법상(제21조 2항) 의료인 등은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진료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사본을 내주는 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신규 목포대 법학과 교수는 "의료기록 같은 부분은 접근에서부터 법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사안이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이전까지 몇 가지 의혹만으로 특정 대상을 비난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등의 제도적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사 범죄를 막는 데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은 오는 13일 열린다. 검찰은 지난달 양모 장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양부 안씨를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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