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문학의 급류에 밀려 주춤할 거라는 출판계의 예상과 달리 지난해 국내 순문학은 호황을 맞았다. 비대면과 재택 상황이 늘면서 책을 읽는 사람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출판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교보문고에선 지난해 한국 소설 판매가 전년보다 30.1% 늘면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한국 소설 판매량이 정점을 찍었던 2012년보다 4.3% 늘었다.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팩토리나인)과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문학동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합류하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새해엔 한국 문학을 이끌어온 중견 작가들이 잇달아 새 작품으로 돌아온다. 문단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작가들도 대거 신작을 들고 가세한다.
2015년 표절 시비로 활동을 중단했던 신경숙도 상반기에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로 공식 복귀한다. 지난해 상반기 창작과비평 웹매거진에 연재했던 소설을 엮었다. 2013년 발표한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 이후 8년 만의 신작이다. 장편소설 《설계자들》(문학동네)이 미국, 프랑스, 독일 등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북미와 유럽에 ‘K스릴러 열풍’을 일으킨 김언수도 올여름 신작 장편 《빅아이》(문학동네)로 돌아온다. 한때 한국 경제의 큰 축을 차지했던 원양어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갈등과 그에 얽힌 인간들의 이합집산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작품을 위해 김 작가는 동원산업 후원으로 6개월간 직접 원양어선을 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출판사 은행나무에서는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정유정이 2년 만에 완성한 장편소설 《완벽한 행복》(가제)과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이승우가 격월간 문학잡지 악스트에 연재했던 장편 《이국에서》(가제)를 출간한다.
《내게 무해한 사람》과《쇼코의 미소》 등 단 두 권의 소설집을 모두 스테디셀러로 만들며 독자들의 폭넓은 지지와 문학적 조명까지 두루 받고 있는 최은영도 여름께 첫 장편소설 《밝은 밤》(문학동네)을 선보인다. 증조모부터 할머니와 엄마, 나로 이어지는 4대 여성들의 삶을 비추며 자연스럽게 한국사 100년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개항기에 세워진 귀신 들린 건물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담아낸 강화길의 장편 《대불호텔의 유령》, 지금의 2030세대가 태어난 2000년대를 그린 박상영의 장편 《1차원이 되고 싶어》도 주목된다. 두 작품 모두 문학동네에서 출간한다. 창비에서 나올 김금희의 새 소설집과 장류진의 장편 《달까지 가자》,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될 조해진 소설집 《하나의 숨》(가제)과 김숨, 최진영의 새 장편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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