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초부터 미래사업 점검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새해 첫 업무일(4일)부터 사흘 연속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5G 네트워크장비, 인공지능(AI)·6G 기술 등과 관련된 현장을 찾아갔다. 삼성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판단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이 부회장이 ‘미래에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을 직접 챙기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시장을 지배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6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에서 완제품(세트)부문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다. 삼성 안팎에선 회의 장소를 삼성리서치로 정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리서치는 산하에 글로벌AI센터,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소프트웨어혁신센터 등을 두고 있다. 미래 유망 분야의 선행기술 연구개발(R&D)을 담당해 ‘삼성의 두뇌’로 불리는 곳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AI 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2019년 9월에도 삼성리서치에서 ‘기술전략회의’를 열고 차세대 기술 R&D 현황을 점검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유럽과 미국 통신업계 선두기업들의 몰락과 중국 기업의 무서운 추격을 보면서 위기감을 느낀다”며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을 이겨내기 위한 미래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도 2018년 경영 일선 복귀 이후 해외 출장, 해외 기업인 미팅, 글로벌 석학과의 교류 등을 통해 관련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인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2019년 10월 일본 통신사 KDDI의 5G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따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부회장은 2018년 5월 일본에서 KDDI 경영진을 만나 5G 세일즈에 직접 나섰다. 지난해 6월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임명된 세바스찬 승 사장(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2018년 3월 이 부회장이 캐나다 출장을 통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이 부회장의 행보엔 미래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더 큰 기여를 하겠다는 책임감이 엿보인다”며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삼성을 만들겠다’는 각오와 약속을 새해 초부터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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