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겨냥…"쌀 300g, 한끼 소고기도 배송"

입력 2021-01-06 17:28   수정 2021-01-07 02:32

지난해 11월 ‘나눔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CJ몰은 올 상반기 수령 일자를 나눠서 지정할 수 있는 ‘배송일 나눔배송’ 서비스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식품뿐 아니라 미용 상품도 반반 나눠 배달해주기로 했다. 한 달에 5만원을 내면 매일 빵을 배달해주는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서비스 점포 수를 대폭 늘릴 방침이다.

쪼개 팔고, 나눠 배달해주는 ‘1~2인 가구’용 상품과 서비스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60%를 넘어서면서 경제활동의 중심축이 4인 가구에서 ‘나홀로 가구’와 ‘우리 둘만 가구’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문턱 낮추는 홈쇼핑
6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체들은 1~2인 가구를 겨냥한 배송 서비스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몰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배송일 나눔배송’ 서비스는 대용량 또는 묶음 상품 구매를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를 위해 배송지와 배송일자를 바꿔주는 서비스다. 같은 상품을 나눠 받거나 아는 사람에게 나눠줄 수 있어 구입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CJ오쇼핑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절반 이상(55.5%)이 상품 수량이 부담스러워 구입을 망설이거나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홈쇼핑도 김치, 곰탕 같은 대용량 식품을 절반으로 나눠 배송하는 ‘반반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가 상품을 소진하는 기간에 맞춰 매달 1~2회 나눠서 보내준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동일한 상품을 팔더라도 반반배송을 지원하는 경우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며 “미용 상품과 홈트레이닝 상품 등으로 지원 품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1인 가구에 적합한 상품을 모아 놓은 전문관(레티드)을 운영하고 있다. 와플기계와 커피머신, 실내자전거 등 여가·취미 상품이 인기다.

이 같은 서비스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홈쇼핑업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의 ‘2020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며 1~2인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6%에 달한다. 1인 가구는 사상 처음으로 900만 가구를 돌파하는 등 소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
구독경제도 가속화
식품·유통업계에선 제품 기획 단계부터 소용량·소포장을 지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소포장 쌀(2㎏ 미만) 매출은 전년 대비 38.4% 증가했다. 1~2인 가구가 한 끼에 먹기 적당한 300g 단위 포장 쌀도 꾸준히 인기다. 김준호 SSG닷컴 신선식품팀 양곡담당 바이어는 “쌀 소비 감소와 1~2인 가구 증가로 보관이 용이한 소포장 프리미엄 쌀 상품 수요가 늘고 있다”며 “진공팩 등 발전된 포장 기법을 도입하고 인기 품종을 중심으로 상품 구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1~2인 가구의 증가는 구독경제 활성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관측이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소량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매달 다른 구성으로 과자를 받을 수 있는 ‘월간 과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통주 제조기업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홈술닷컴’은 1~2주마다 술과 안주를 배달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빵 정기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도입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한 달에 5만원을 내고 빵집 브랜드의 인기 제품 1개를 매일 가져갈 수 있는 서비스로 30대 1인 가구의 선호도가 높다”며 “지난해 1월 타임스퀘어점에서 선보인 뒤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등으로 서비스 점포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노유정/박종필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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