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일은 '불신', 중·러는 '무시', 중동선 인질 잡힌 韓 외교

입력 2021-01-06 17:45   수정 2021-01-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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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한국의 화학물질 운반선을 나포한 이란의 인질극이 장기화할까 걱정이다. 외교부가 나름대로 대처에 적극 나섰지만, 이란이 “기술적 문제” 운운하며 ‘교섭 실무대표단’의 방문부터 비협조적이어서 조기 무사귀환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란의 선박 나포는 한국의 은행에 묶인 원유수출 대금 70억달러를 돌려달라는 요구에서 비롯됐다. 의아한 것은 ‘코로나 백신 구입비용’으로 전환하는 반환협상 마무리 단계에서 이란이 왜 이런 극단행위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이란 핵개발 억제’에 주력해온 미국의 제재 정책도 연결돼 있다. 회교 원리주의가 강한 이란 특유의 내밀한 사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상당히 복잡한 사안이다. 잘못되면 양국 간 해묵은 갈등 사이에 낀 채 이란의 엉뚱한 분풀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서 국가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예기치 못한 국제적 돌발 난제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외교부가 있고 국가정보원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나포사태의 경우에는 한국의 힘이나 판단만으로 간단히 풀기 어려운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위기 해결 외교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꼴이 됐다.

억류자금 반환협상 도중에 대뜸 국가차원의 납치극에 돌입한 이란의 비이성적 행위는 규탄받아 마땅하다. 미국은 겁나고 한국은 만만해보여 벌인 야만적 인질잡기라면 정상적 문명국가라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거친 나라와도 지혜롭게 상대해야 하는 게 외교다. 식량도 에너지자원도 다 수입에 의존한 채 ‘개방교역국’을 지향하며 성장해온 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국가생존의 기본 전략이다.

차제에 우리 외교의 역량과 현주소를 냉철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교착상태인 북한핵 문제를 보면 동맹국 미국과 안보협력국 일본으로부터는 ‘불신’, 중국과 러시아로부터는 ‘무시’, 그 와중에 이란에 당한 ‘피랍 인질극’ 아닌가. 서해 앞바다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피격·유기돼도 유야무야 넘기는 것 같은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현 정부에서 최장수라는 강경화 외교장관이 조기 무사귀환에 직(職)을 걸고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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