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0년 3분기 자금순환'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가계(개인사업자 포함)·비영리단체가 보유한 국내외 주식과 펀드 가치는 852조5857억원(9월 말 시장가치 기준)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722조2250억원)과 비교해 130조3607억원 늘었다. 역대 1~3분기 기준으로 최대 증가폭이다.
작년 들어 가계의 보유 주식·펀드 가치가 불어난 것은 주식가치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가 보유한 주식가치는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작년 1~3분기에 83조3607억원어치가량 늘었다. 여기에 동학·서학개미 운동으로 국내외 주식을 쓸어담은 영향도 작용했다. 작년 들어 3분기 말까지 가계는 47조원어치 주식과 펀드를 사들였다.
이처럼 가계가 보유 주식과 펀드를 쓸어담은 것은 씀씀이를 줄이면서 보유 현금이 늘어난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긴급안정지원금 효과 등으로 가계처분가능소득(가구당 월평균)이 작년 3분기 426만1000원으로 2019년 3분기(412만1000원)보다 14만원 늘었다.
가계가 보유한 주식 펀드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주식가치는 710조6020억원어치, 해외 주식가치는 32조5475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쥐고 있는 투자펀드 가치는 109조4362억원어치로 나타났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이 보유한 주식과 펀드 가치는 지난해 3분기 말 각각 1066조651억원, 830조1521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2019년 말보다 64조1480억원, 95조5230억원 늘었다. 가계의 보유 주식 증가폭(162조5857억원)이 비금융기업과 기업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가계의 순자금운용액은 30조7000억원으로 2019년 3분기(16조6000억원)보다 84.9% 늘었다. 가계 순자금운용액은 사상 최대인 작년 1분기(66조8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순자금운용액은 각 경제주체가 예금, 주식, 펀드 등으로 운용하는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값이다. 이 금액이 불었다는 것은 현금창출력이 좋아지면서 예금이나 주식 등으로 굴리는 돈이 늘었다는 의미다. 가계는 통상 순자금운용액(여윳돈)으로 예금과 채권 등으로 굴리면서 기업과 정부에 현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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