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급등세에 엔비디아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도 크게 오르면서 엔비디아 칩의 채굴용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최근 가상화폐 급등은 엔비디아 그래픽 프로세서(GPU)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GPU는 원래 비디오게임용으로 설계됐지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 채굴을 하는데도 효과적으로 쓰인다.
채굴은 가상화폐의 가격이 높아질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날 3만60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이더리움도 12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초 350달러 수준에서 석달만에 세 배가 넘게 오른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엿새만에 60% 급등했다. RBC캐피털마켓의 미치 스티븐스 애널리스트는 "1000달러가 넘는 이더리움은 하이엔드(최고성능)급 그래픽칩에 대한 강력한 수요를 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WSJ는 이런 채굴 수요는 이달 말 끝나는 엔비디아의 4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래픽칩 관련 연구소인 존 패디 리서치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의 최신 그래픽칩과 확장된 메모리를 장착한 최신 마더보드가 가상화폐 채굴엔 극도로 좋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엔비디아가 지난 9월에 출시한 새로운 GPU는 뜨겁게 팔려나가고 있다. 엔비디아의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달 UBS콘퍼런스에서 "압도적 수요를 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공급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말했다.
월가는 엔비디아의 4분기 게임 관련 매출이 58%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WSJ는 2018년 초 비트코인이 2만달러에 육박하던 때 이후 가장 많은 게임 분야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8년 엔비디아는 갑자기 비트코인 채굴붐이 끝나면서 타격을 입었다. 수많은 CPU가 중고시장에 쏟아져 나오자 신제품 판매가 갑자기 줄어들어서다. 당시 주가는 2017년 81% 폭등했지만 2018년에는 31% 하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2018년 당시 경험을 토대로 채굴용 수요가 단기적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말 혹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이더리움 2.0 1단계 도입은 채굴관련 알고리즘을 바꾸기 때문에 기존 GPU들은 중고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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