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점령한 집…지금 필요없다면 비워라, 미련까지도

입력 2021-01-07 16:47   수정 2021-01-15 18:39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0억원을 넘어섰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집은 살면서 소유하는 것 가운데 가장 비싸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 돈을 모으기도 한다. 이렇게 비싼 값을 치르고 산 집을 얼마나 잘 쓰고 있을까. 충동적으로 산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로 쓰고 있지는 않은 걸까. 정리 미학은 이런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정리는 물건이 점령한 나와 가족들의 공간을 되찾는 과정이다.

정리의 시작 ‘비우기’
정리의 힘은 집중에 있다. 인생에서 무엇이 필요하고 필요하지 않은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그만둬야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정리의 시작과 핵심은 ‘비우는’ 데 있다. 정리 컨설턴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정리의 출발은 집안 물건을 모조리 꺼내 한곳에 모으는 일이다. 꺼낸 물건들을 버릴 것과 간직할 것으로 분류한 뒤 재배치한다.

어떤 기준으로 버려야 할까. 세계적으로 정리 열풍을 일으킨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라”고 말한다. 물건에 직접 손을 얹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뒤 설레는 물건만 남긴다.

정리 컨설턴트 정희숙이 제안하는 척도는 ‘시간’이다. 현재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그릇, 읽지 않는 책을 보내주라는 것. 여러 개 있는 똑같은 물건도 정리 대상이다. 정씨는 “과거의 물건은 과거로 보내주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에 현재라는 시간을 입히면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지 않고 온전히 지금 이 순간의 삶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정리의 순서
정리엔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옷을 예로 들어보자. 입지 않으면서도 간직하고 있는 옷들엔 이유가 있다. 낡은 옷엔 ‘실내복으로 입겠다’, 사이즈가 작은 옷엔 ‘살빼고 입겠다’, 유행이 지난 옷엔 ‘다시 유행이 돌아온다’ 등의 이유가 따라 붙는다. 이런 옷들은 버려야 한다. 최근에 산 옷, 입었을 때 편안한 옷, 여기저기 잘 어울려 활용도가 높은 옷 등 자주 입는 옷만 남기는 것이 좋다. 집 정리에는 순서가 있다. 곤도씨는 ‘의류→책→서류→소품→추억의 물건’ 순서대로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버리기 어려운 순서다. 옷은 희소성이 낮아서 버리기 상대적으로 쉽다. 반면 사진, 편지 등 추억의 물건은 감정적인 가치가 깃들어 있어 버리기가 어렵다. 마지막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 정씨는 공간별 순서를 제시했다. ‘밖에서 안으로’다. 통상 안방, 아이방, 거실, 베란다 순서로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로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베란다엔 쓰다 남은 도배지, 홈쇼핑에서 산 족욕기, 아이가 더는 찾지 않는 부피 큰 장난감 등 ‘쓰지 않고 못 버리는’ 물건이 있다. 이곳부터 비워야 집 정리 후 새로 수납이 필요한 물건을 넣을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고정관념을 깨라
마지막으로 팁은 ‘고정관념을 깨라’는 것이다. 한국은 아파트 천국이다. 대부분 아파트 구조는 비슷하다. 안방과 거실, 부엌이 있고 거실엔 소파가, 소파 맞은편엔 TV가 있다. 직업과 취향은 물론 삶의 방식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이 획일적인 아파트 설계도에 맞춰 살아간다. 이런 공간과 가구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예컨대 TV보다 책을 좋아한다면 거실을 서재로 꾸며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식탁이 꼭 주방에 있을 필요도 없다. 거실이든 서재든 가장 편안하게, 자주 밥을 먹는 곳에 식탁을 놓는 것이 좋다. 소파를 꼭 거실에 둘 이유도 없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스피커 옆에, 책을 많이 보는 사람은 책장 옆에 소파를 두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아이들이 많은 집이라면 가장 넓은 공간인 안방을 놀이방으로 꾸며 마음껏 뛰놀게 할 수 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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