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빨리 자란다.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된 이유다.
요리법도 많다. 탕, 구이, 튀김, 꼬치, 사시미 등으로 다채롭게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백숙과 볶음탕, 치킨으로 소비된다.
특히 치킨 조리법이 발달돼 있다.
한국식 치킨의 소스와 맛이 다양해 ‘치킨의 민족’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치킨 때문에 닭고기 고유의 맛을 즐기는 미식 문화는
그만큼 더디게 발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제시대 이전까지 한국에는 고유의 재래닭 품종이 많았다. 흔히 ‘토종닭’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붉은 볏을 단 수탉, 민화에서 본 그 닭이다. 조선 개항 이후 서양 닭 품종을 일본인이 들여오면서 토종닭은 상당수 사라졌다.
일반 닭(코니시 크로스 등 서양 품종)은 부화한 뒤 1개월만 지나면 1.5㎏까지 자란다. 도축 가능한 크기가 된다. 반면 우리나라 대표 토종닭인 ‘한협’ 등의 품종은 이 크기(3호)가 되려면 2개월 이상, 재래닭 품종인 제주 구엄닭은 10개월을 길러야 한다.
일반 닭은 빨리 자라는 대신 조직이 촘촘하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육향도 별로 없다. 반면 오래 튼튼하게 자란 토종닭은 쫄깃한 식감과 짙은 육향이 살아있다. 별도로 염지하지 않아도 고기 자체의 감칠맛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재래닭 중 한국토종닭협회에서 인정한 토종닭 품종은 세 가지다. ‘한협 토종닭’ ‘우리 맛닭’ ‘소래 토종닭·오골계’ 등이다.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한협 토종닭은 크기에 따라 1~8호로 나뉘는데 3호가 가장 인기있다. 보통 72~76일, 농장에 따라 90일까지 키운다. 다리가 늘씬하고 일반 닭에 비해 가슴살이 얇고 길게 분포돼 있다. 구웠을 때 가장 맛있다. ‘우리 맛닭’은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이 1992년부터 15년간 복원했다. 74일 전후로 사육해 껍질이 얇고 지방이 적다. 끓였을 때 국물 맛이 구수하고 콜라겐 함량이 높다.
‘소래 토종닭’은 한반도 토착 품종은 아니지만 외래 전파된 닭이 이 땅에 머물며 오래 적응했다. 깃털이 어두운 암갈색으로 백숙, 삼계탕, 숯불구이용으로 좋다. 이 외에 지역 또는 농가가 재래닭을 복원하거나 품종을 관리해 청리, 구엄, 연산오계, 고센, 현인 등 10종 이내의 닭을 보유하고 있다.
토종닭은 손질하려면 지방 제거를 잘 해야 한다. 일반 닭보다 크기 때문이다. 통으로 흐르는 물에 씻은 토종닭은 배 안쪽 밑부분과 목 주변 지방을 제거한다. 등쪽이 위를 향하게 펴놓고 꽁지 바로 윗부분 지방부터 잘라낸다. 그대로 엎어 놓은 채 중앙을 눌러 납작하게 한 뒤 닭 날개의 끝부분도 잘라준다. 다시 배 안쪽 갈비뼈 사이의 핏덩이와 내장 찌꺼기를 떼어낸다. 찬물에 헹구고 10분 정도 담갔다가 요리하면 된다. 토종닭을 손질할 때는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하는 게 좋다.
몸집이 큰 토종닭은 뼈와 몸통으로 육수를 내고 가슴살과 다리살 등은 따로 떼어내 요리하는 게 좋다. 보통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하는 한국과 달리 토종닭을 100여 종 보유한 일본에선 닭을 부위별로 소비한다. 모모(넓적다리살) 데바사키(날개) 사사미(가슴살) 가와(껍질) 등 부위를 최소 단위로 나눠 각각의 식감과 풍미를 즐긴다. 우리 토종닭도 이 같은 방식에 적합하다.
토종닭으로 색다른 요리를 하는 숨은 식당도 있다. 전남 광양의 ‘지곡산장’은 소금 후추 등 약간의 양념을 한 토종닭 숯불구이 전문점이다. 당일 도축해 부위별로 낸다. 전남 해남의 ‘원조장수통닭’은 해남식 토종닭 주물럭을 전문으로 한다. 특수 부위 육회와 주물럭, 백숙까지 토종닭 한 마리를 코스로 낸다. 제주 교래리에는 여러 식당이 모인 토종닭 특구가 있다. 샤부샤부를 부위별로 즐긴 뒤 백숙, 닭볶음탕 등을 이어서 내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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