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극렬 지지층이 민주주의 위협한다

입력 2021-01-07 17:01   수정 2021-01-08 00:42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등장한 ‘극렬 지지층’으로 인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도 홍역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진영 논리에 함몰돼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극렬 지지층의 목소리에 휘둘리면 주류 상식과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 4·15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국투본)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의 미국 의회의사당 난입 사태에 대해 “이 모든 사정은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며 “부정선거에 대한 중립적 감사만이 한·미 양국 민주주의의 살길”이라고 주장했다. 국투본은 지난해 4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후 꾸준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보수 진영 정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말 민 전 의원 등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24명을 교체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극렬 지지층은 당 내외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공격으로 자신들과 반대되는 목소리를 ‘질식’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 극렬 지지자들의 행태는 국민 분열을 유발할 뿐 아니라 당 내부적으로도 심각한 갈등을 낳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층인 일명 ‘문빠’를 포함한 민주당 당원들은 지난 5~6일 당원 게시판에서 ‘이낙연 당대표 퇴진요구에 대한 찬반 투표’와 ‘이재명 출당을 위한 투표’를 진행 중이다. 게시글에 찬성과 반대를 누르는 방식으로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이 대표가 지난 1일 신년 인터뷰 등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하자 이에 반발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당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이 대표 지지자들은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출당을 들고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처음에는 사면을 언급한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에게 공격받았고 이후 이 대표의 지지자들이 명확한 찬반 입장을 밝히지도 않은 이 지사를 걸고넘어졌다”고 토로했다.

앞서 민주당 극렬 지지자들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낸 국회의원, 기자, 평론가, 심지어는 일반인 등에게도 무차별 온라인 공격을 퍼부어 논란을 빚었다. 일부 정치인은 일명 ‘좌표찍기(공격대상 선정)’로 공세를 유도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자 수천 명이 국회로 몰려들어 한때 국회의사당 출입문이 봉쇄되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큰 소동이 일어났다.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선거법 통과를 규탄한 극렬 지지층이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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