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오너 처벌법' 된 중대재해법…"하청직원 사망해도 1년 이상 징역"

입력 2021-01-07 16:59   수정 2021-01-15 18:27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은 세월호 같은 대형 참사나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실제 법안을 보면 사고 발생 시 기업 경영진을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16개 조문과 부칙 등으로 구성됐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인과관계 추정’ 등 국내 법체계와 맞지 않거나 위헌 요소가 있는 조항들은 대부분 빠졌다. 중대재해의 기준과 의무 규정 등 뼈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거의 그대로 준용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가장 큰 차이는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진을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다. 법 적용 대상은 기업 오너(사업주), 최고경영자(CEO), 안전 담당 총괄이사 등이다. 정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실무진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경영진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선박·철도·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시설과 목욕탕 등 공중이용시설 등에서 발생한 사고를 처벌하기 위해 ‘중대시민재해’라는 개념도 새롭게 도입됐다. 이에 따라 상시 근로자 5인 이상(제조·건설 등 일부 업종은 10인 이상), 사업장 규모 1000㎡ 이상의 사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유치원, 초·중·고교와 대학 등 학교는 별도의 법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빠졌다. 논란이 됐던 장관·지방자치단체장 등은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감독 권한이 있는 일반 공무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소극행정을 초래해 기업들에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아예 삭제됐다. 고용 인원 50인 이상 기업은 당장 내년 1월부터 법적용을 받는다. 50인 미만 기업은 3년 후 시행이다. 건설업의 경우도 50억원 미만 공사장은 3년 뒤부터 법을 적용받는다.

형량은 크게 높아졌다. 안전 조치 의무를 어긴 경영진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 처벌조항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그쳤다. 고의 또는 중대 과실이 있을 경우 경영진은 손해액의 최대 5배 이내에서 배상책임을 지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됐다. 법인엔 50억원 이하 벌금을 함께 물릴 수 있는 양벌 규정을 마련했다.

처벌 수준은 이처럼 높아졌는데 의무 기준은 오히려 모호해졌다. 사업주와 경영진은 재해예방을 위해 인력과 예산 등을 포함한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의무를 진다. 또 직원들이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이행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실무진이 져야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는 특정 물질을 이용하면 환기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등 아주 구체적”이라며 “이런 세세한 의무를 CEO에게 지울 수 없으니 관리 의무 등을 포괄적으로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오너, CEO들에게 책임을 물으려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걱정했다.

하청 기업의 중대재해 사고 책임도 원청기업 경영진이 져야 할 수 있다. 도급, 용역, 위탁 등 방식으로 계약을 맺은 하청 기업이 대상이다. 다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범위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 책임이 있는 경우 등’으로 한정했다. 형량은 원청 기업이 중대사고를 낸 경우와 같다. 국내 대형 제조업체의 노무 담당 부사장은 “하청 건설회사 직원이 원청 기업 내에서 시설 보수를 하다가 추락사가 발생하면 원청 기업 CEO를 처벌할 수도 있다”며 “도대체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천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우량한 원청 기업들이 영세한 하청 기업과 거래를 꺼리는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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