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07일(18:3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내 ‘1호 회사채’인 SK텔레콤과 GS의 채권에 총 3조원에 가까운 ‘뭉칫돈’이 몰렸다. 새로 확보한 운용자금을 굴리려는 기관투자가들이 우량 회사채를 담기 위해 적극적으로 매수의향을 보였다는 평가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1조1700억원의 매수주문이 쏟아졌다. 6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 5100억원, 8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한 5년물에 3700억원이 들어왔다. 300억원씩을 모집한 10년물과 20년물에는 각각 1300억원, 1600억원의 수요가 모였다.
같은 날 진행된 GS의 수요예측에도 대규모 투자수요가 몰렸다. 모집금액(1200억원)보다 14배 이상 많은 1조7000억원의 ‘사자’ 주문이 몰렸다. 7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 7200억원, 500억원어치 발행을 계획한 5년물에 9800억원이 들어왔다. 2019년 대림코퍼레이션(16.3대1)에 이어 국내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사상 두 번째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신규 운용자금을 손에 쥔 기관들이 연초부터 우량채권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높은 ‘AAA’다.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AAA등급인 민간 기업은 SK텔레콤과 KT뿐이다. SK텔레콤은 과점 체제인 국내 통신시장에서 매년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리며 최상위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2761억원을 기록하며 양호한 실적을 보여줬다. 이처럼 안정적인 수익구조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더욱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다.
GS 역시 국내 10대 그룹인 GS그룹의 지주회사로 정유, 화학, 발전, 유통 등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거느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주축 계열사인 GS칼텍스가 고전했음에도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 6408억원을 거뒀다. 최근 들어선 국제 유가가 반등하는 등 정유업황이 회복될 조짐이 보이면서 올해 실적 개선을 점치는 의견에 차츰 힘이 실리고 있다. GS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다.
채권시장에선 올 1월 발행 예정 회사채 물량이 호황기였던 2018~2020년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기관들의 회사채 매수경쟁이 평소보다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발행 예정인 회사채 규모는 총 2조4600억원(모집금액 기준)으로 2018~2020년 1월 평균 발행금액(4조5460억원)의 54.1%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의 운용자금은 오히려 더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물량이 이전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며 “발행 예정 회사채 대부분이 우량한 신용도로 평가받는 AA-등급 이상 채권임을 고려하면 당분간 회사채 발행시장이 강세 분위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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