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일 오전 10시~10시30분까지 자리를 비우시나요? 조심하세요. 사장님이 아시면 월급이 깎일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 항저우에서 근무하고 있는 왕모씨는 회사 인사 담당자로부터 이같은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며 한 온라인 사이트에 불만을 쏟아내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회사에서 '방석'을 나눠준 뒤부터였습니다.
알보고니 이 방석은 앉아있는 사람의 심장박동, 호흡, 자세뿐 아니라 심지어 앉아있는 시간까지 측정이 되는 '스마트 방석'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직원들을 감시하냐"며 회사에 즉각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회사 측은 "직원 감시 목적이 아니다"며 "이 방석은 사무실 근무 직원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직업병 예방에 도움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인사팀에서 자신이 자리를 비운 시간까지 알고 있는 것을 깨닫고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회사 측은 언론에 "스마트 방석은 직원들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용도"라면서 "해당 데이터는 인사고과나 성과급 지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이 회사의 사장도 지난 5일 "방석 이용 전에 직원들에게 사전 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에 따르면 이 방석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로, 중국과 유럽지역에 동시에 테스트 중이며 10명의 소수 직원들에게 지급됐다고 합니다. 수집된 데이터는 연구개발 용도로만 사용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었습니다.
회사의 설명을 들은 왕씨는 "오해였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해당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오직 연구개발용으로 지급됐는데 직원의 이용 데이터 정보가 어떤 경위로 인사과에 흘러들어갔느냐는 것입니다.
슝딩중 베이징칭뤼법률사무소 수석 변호사는 지난 6일 21세기경제보도를 통해 "회사가 영문판 사용 동의서를 사용하며 직원들에게 설명을 했지만, 직원들이 이를 정확히 인지했는지는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양원전 베이징중둔법률 사무소 역시 "정확한 사용범위 등을 안내하고 동의했다면 합법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사용자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제품은 민법전에 따른 개인정보보호 규정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원격 화상 단말기를 이용해 근로자들의 얼굴, 이름, 소속, 업무, 연락처, 출퇴근 시간, 휴식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필요에 따라 경보를 울리기도 합니다. 보고서는 "이 시스템은 24시간 상시 감시가 가능하고 업무 누락 등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어 기존 감독 부담을 상당히 낮췄다"고 긍정적으로까지 평가했습니다.
2019년 4월 중국 난징에서는 직원들의 근무현황을 알 수 있는 스마트 팔찌를 착용하도록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장쑤성의 한 청소업체가 환경미화원들이 한 지점에 오래 머무르면 음성 알림이 울리는 팔찌를 나눠줬습니다. 하지만 20분 이상 휴식을 취하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속 열심히 일하세요. 화이팅"이라는 알람이 울려 세간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위치 추적은 물론, 담당구역을 벗어날 경우 자동으로 상부에 보고하는 기능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사 측은 "감시용이 아니며 고과랑 관계가 없다"며 선을 긋고 알람 기능을 삭제했습니다.
또 2017년 구이저우성 런화이(仁懷)시의 한 중학교는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자동으로 교사와 학부모에게 전송하는 '스마트 교복'을 학생들에게 착용하도록 해 파장이 일기도 했습니다. 교복에는 학생의 이름, 학급, 사진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지문 및 얼굴 인식까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예컨대 학교나 기숙사 문을 통과하면 수위실에서 해당 학생의 인물정보가 나타나고, 이 정보가 교사와 학부모에게 전달되는 식입니다.
제조업체는 "스마트 교복 착용으로 무단 외출을 감시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안내했습니다. 이에 대해 류융머 인민대학 철학원 교수는 "미성년자의 사생활 정보를 단순 교육 목적을 넘어 향후 상업 용도로 오용될 소지가 있다"며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개인정보 수집으로 인한 프라이버시 문제, 개인정보 유출, 안면인식 기술 남용 등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 법안 초안을 만들고 입법 절차에 나서고 있습니다.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중국 '민법전(民法典)'에는 '개인정보는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당국은 개인정보 보호 법안 초안에서 구체화하지 못한 세부사항을 보완하고 1~2년 내 최종 법안으로 확정할 계획입니다. 초안에는 개인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사용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사용 국가이지만, 개인 정보의 수집과 사용에 대한 통제가 느슨한 편입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거의 제한 없이 수집해 사업화하는데 활용했는데요. 앞으로 중국이 개인정보 보호 법제화를 통해 '개인 정보 남용'이라는 이미지를 털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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