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건설 현장이 공사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김상수·건단련)는 건설업계를 비롯해 모든 산업계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우려 및 입법중단을 호소했음에도 국회가 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유감스럽고 실망스럽다고 10일 밝혔다.
건단연은 중대재해법이 헌법과 형사법에 명시된 과잉금지 원칙과 명확성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사망사고 시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에 처하거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1년 이상 징역과 같은 하한형 형벌은 고의범에 부과하는 형벌 방식이고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모두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다.
또 기업에 대해서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면서 사고방지를 위한 기업의 노력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지난해 1월 사망사고 처벌(7년 이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을 시행하고 있어 중복적 징벌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건설업체는 많게는 수백개의 건설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건설사의 현장수가 해외 현장(67개)를 포함해 평균 270개에 달했다. 건단련 관계자는 "현장 상주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대표(CEO)가 개별현장의 안전을 일일이 챙기는 건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 경영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기업이나 CEO 통제범위 밖에 있는 일로 처벌을 받아야 하니 불안해서 기업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해외와 비교해도 처벌이 과하다는 지적이다. EU의 경우 중대재해 발생원인을 기업의 안전보건 투자재원 부족, 안전보건 역량·기술 부족, 안전보건 정보의 부족에 있다고 진단하고 제재와 더불어 안전증진 기술 개발에 세금혜택을 주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들도 법령 준수는 물론 기업의 자율적 투자를 통해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게 건단연의 설명이다. 전사적 안전관리를 위해 CEO 주관 특별점검 및 스마트 안전시스템 구축, 무재해 펀드(Fund) 조성, 안전체험학교 건립, 직책별 안전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건단연은 "산업안전 정책은 ‘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며 "사고예방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면 형사처벌 등 제재를 면책해 주는 조항을 둘 필요가 있고 과도한 안전·보건 의무 및 법인 처벌, 징벌적 손해배상 등도 함께 고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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