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인, 중대재해법 통과에 격앙…"헌법소원도 불사"

입력 2021-01-08 18:42   수정 2021-01-09 00:49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제정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중소기업계는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국회에 위헌적 요소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아직 시행까지 1년(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의 유예기간이 남은 만큼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서라도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사업주 안전조치 의무의 구체화’와 ‘면책 조항’ 등이 담기도록 정부를 설득할 방침이다.


경기지역의 중소기업지역단체 회장은 “가능한 한 빨리 헌법소원을 준비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거리로 나설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30개 경제단체는 그동안 중대재해법 제정 반대 성명을 통해 “과실범에 대해 징역형과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해 중소기업은 문 닫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과 형법상의 책임주의, 명확성의 원칙을 중대하게 위배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법의 모태가 된 영국 법인과실치사법의 경우 시행 후 처벌받은 기업의 57%가 파산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최대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도 중소기업계를 도와 위헌 소송 대리를 검토 중이다. 한변은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근로자를 죽이거나 중상을 입히겠다는 고의를 가진 경영자가 어디에 있느냐”며 “기업인들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만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중대재해법 반대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상당수 중소기업인은 중대재해법 국회 통과를 주도한 여당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에 항의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계는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기간(1년) 내 정치권을 설득해 사업주 징역 하한규정을 상한규정으로 바꾸고, 사업주가 안전 의무를 다한 후 면책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완 입법도 촉구할 방침이다. 시행령엔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도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법이 시행되더라도 시행령 등에 보완방안이 마련되도록 정부와 국회 등을 상대로 지속적인 설득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소상공인업계도 “영세 자영업자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몰아가는 법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에 음식점, 노래방, PC방 등 다중이용업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막판에 적용 대상을 축소했지만 현장에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추후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프랜차이즈 식당 점주는 “예비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고용인원을 10명 밑으로 유지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려는 점주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서비스업계 고용 위축도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안대규/민경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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