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일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으며 위안부 문제는 양국 정부가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를 통해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은 이날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 사태 이후 1년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보다 양국 관계에 더 큰 악재라고 진단한다. 개인·기업이 아니라 일본 정부를 직접 겨냥한 데다 불과 6년 전 양국 정부가 관련 사안을 놓고 양국 외교 장관이 합의한 바 있어 일본이 이 부분을 집요하게 계속 걸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 재판에서 국가는 피고가 되지 않는다는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지금까지 한국 법원의 소송 심리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부가 조심스럽게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던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나왔다”며 “일본 정부자산 압류 절차라도 시작되면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한·미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동맹 가치와 다자주의 안보체제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일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아왔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 신분이었던 2015년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에 이르기까지 막후에서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하며 사실상 합의를 무효화한 데 이어 이번 판결까지 나오게 돼 자칫 한국이 삼각 공조를 깨뜨렸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송영찬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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