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방역 및 백신 수급 상황’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해 “죄 없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일부 업종은 평소보다 호황을 누렸다”며 “결과적으로 이득을 본 (대기업) 그룹이 뭔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 총리 발언은 대기업과 금융회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배진교 정의당 의원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사회 환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배 의원은 이날 정 총리에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저금리 대출로 시중은행이 10조4000억원의 이자 수입을 챙겼고, 휴대전화 요금 지원으로 통신 3사가 수혜를 봤다”며 “(기업들의) 고통 분담을 확보할 방안이 있냐”고 따져 물었다.
정 총리는 다만 “이런 경우를 상정해 어떤 제도를 만들어 놨다거나 입법한 경우가 없으니 당장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수혜를 본 기업이 기부를 더 하고, 사회적 책임을 더 적극적으로 수행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선은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국내 대기업의 대관 담당 임원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 생존 자체만 몰두해도 모자랄 판”이라면서도 “자발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혹시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정 총리는 이날 ‘정부의 백신 구매 협상은 총체적 실패’라는 야당 측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백신 확보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주장엔 “현재 확보한 백신은 5600만 명분으로 적당한 양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 선진국은 인구 수보다 코로나19 백신을 일곱 배 더 확보했다고 따지자 “그 나라에 가서 물어보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정 총리는 서울 동부구치소 집단 감염 사태에는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앞으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법적 책임이 있으면 물어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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