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법조계에 따르면 폭설로 인한 피해 보상 판례는 상당히 많다. 2004년 3월 충청지역 폭설로 고속도로에서 고립된 운전자와 탑승자에게 한국도로공사의 배상금 지급 책임을 선고한 대법원 판결이 대표적이다.
당시 충청지역에 49㎝의 많은 눈이 내리면서 1만여 대 차량이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 91.5㎞ 구간에 10시간 이상 갇혀 있었다. 고립된 승객 중 244명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인당 200만원씩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4년간 이어진 재판은 2008년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고립 시간에 따라 1인당 35만∼6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하면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한국도로공사는 사건 당시 각 구간의 교통정체를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미리 정해진 재해상황별 조치계획에 따라 교통제한 및 운행정지 조치를 충실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눈길 교통사고 시 도로의 안전시설 미비로 손해가 커졌다며 관리자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례도 있다. 2009년 서울중앙지법은 눈길에서 과속으로 달리다 앞차와 부딪힌 차량의 보험사인 교보악사손해보험이 경기 광주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보험사에 7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광주시가 도로 위 방호울타리에 충격 흡수처리를 해야 했는데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차량이 눈길에 과속한 점을 들어 배상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했고, 이에 따라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지방정부나 기관 등을 상대로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6일 밤부터 이틀간 제설작업 미비로 ‘교통대란’이 빚어진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8일 “시민 여러분께 큰 불편과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폭설, 한파 등 재해 예방 매뉴얼을 포함해 재난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정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고 다발 지역, 교통 정체 지역에 대한 제설감지 시스템과 온도 하강 시 열에너지를 방출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도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설장비가 진입하기 어려운 이면도로, 골목길에도 염화칼슘 등 제설제가 신속히 도포될 수 있도록 소형 제설장비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시는 밝혔다.
안효주/하수정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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