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기록적인 수준의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서울은 영하 18.6도로 1986년 이후 35년 만에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해남, 군산, 울진, 창원 등 네 곳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후 최저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광주는 영하 13.5도, 부산은 영하 12.2도를 기록해 각각 50년, 10년 만에 가장 추웠다.
북극의 찬공기가 제트기류를 뚫고 한반도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북극의 찬공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약해지면서 생겨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한반도에 찾아온 ‘역대급’ 한파는 북극에 갇혀 있던 찬공기가 곧바로 남쪽으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기상학적으로는 ‘음의 북극진동’에 따른 현상이다. 북극진동은 북극지역 찬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일에서 수십 일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뱀이 움직이는 구불구불한 형태로 이어지는데, 북극 기온이 내려가면 저기압이 형성돼 제트기류가 북극 쪽으로 쏠리는 양의 북극진동이 발생한다. 이 경우 제트기류가 북극의 찬공기를 봉쇄한다. 반면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 소용돌이치던 찬공기가 약해진 제트기류를 뚫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이를 음의 북극진동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음의 북극진동 현상이 강하게 발생하고 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올겨울엔 제트기류가 처져 영하 50도 안팎의 찬공기가 한반도를 비롯한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부터 한반도 등 동아시아 전역뿐 아니라 유럽 등에 한파가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중국과 러시아도 연일 한파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베이징은 지난 7일 아침 최저기온이 1969년 이후 가장 낮은 영하 19.5도를 기록했다.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43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도 최근 한파가 몰아쳐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스페인 일부 지역도 폭설과 강풍 등으로 영하 34.1도의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음의 북극진동은 왜 강해진 걸까.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보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속하면서 북극 기온이 상승하고, 찬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던 ‘담벼락’인 제트기류가 약해진 것이다.
실제 음의 북극진동이 강하게 일어날 때 한반도의 겨울은 더욱 추웠다. 2010년 말 한반도는 음의 북극진동 영향으로 장기간 한파를 겪었다. 2010년 12월 24일부터 2011년 1월 31일까지 39일간 한파가 지속됐다. 당시 음의 북극진동은 -4 이하로, 50년 만에 가장 낮은 값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겨울 음의 북극진동은 -3 수준이다.
올해 북극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는 현상도 강추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얼음은 빛을 반사해 수온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 준다. 얼음이 줄어들면 바다가 더워지고 기압대가 형성된다. 올해 우랄산맥 북쪽의 바렌츠·카라해의 얼음이 평년보다 적어지면서 우랄산맥 부근에 큰 고기압이 형성됐다. 이로 인해 평소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던 제트기류가 이 고기압에 막혀 러시아, 한반도 등 남쪽으로 찬공기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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