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한 마디에 아무 관계도 없는 주식이 12배 폭등했다. 머스크에 대한 일부 투자자들의 무한대의 신뢰, 그리고 증시에 풀려있는 엄청난 유동성에 의한 기현상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그널(Signal)을 사용하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이는 페이스북(메신저)과 그 자회사인 왓츠앱 대신 개인 정보가 보호되는 메신저앱 시그널을 쓰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머스크의 트윗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페이스북은 최근 왓츠앱 사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페이스북이 공유할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쓸 수 없도록 개인정보 보호 정책 및 이용약관을 바꿨다. 머스크는 과거부터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대해 비판해왔다.
잭 도시 트위터 CEO도 이날 머스크의 트윗을 리트윗했다. 이에 신규 이용자들이 몰려들자 메신저앱 시그널 측은 "너무 많은 신규 사용자들이 가입하려고 하면서 현재 인증코드 발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는 증시에서는 엉뚱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투자자들이 장외에서 거래되는 시그널 어드밴스(Signal Advance)란 주식에 몰려들면서 이 주식은 머스크의 트윗 직후부터 폭등해 7일 527%, 8일 91% 올랐다. 7일 오전만 해도 주당 60센트였던 이 주식은 9일 현재 7.19 달러로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5500만달러에서 6억6000만달러로 커졌다.
문제는 이 회사가 메신저앱 시그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란 점이다. 시그널 어드밴스는 1992년 텍사스에서 설립된 헬스케어 관련 회사다. 규모가 적어 미 증권거래소(SEC)에 재무정보를 보고하지 않는다. CNBC에 따르면 2019년 3월 현재 CEO인 크리스 하이멜 외에는 정규직 직원이 없다.
머스크가 언급한 메신저앱 시그널은 비영리단체 시그널 파운데이션에서 기부금을 받아 무료로 제공하는 오픈소스 앱이다. 과거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청 사실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시그널 앱을 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그널 파운데이션은 "사람들이 시그널의 기록적인 성장에 투자하기를 원한다는 건 이해할만 하지만 그 회사(시그널 어드밴스)는 우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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