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 원칙 놓고 미·중 정면 충돌하나

입력 2021-01-10 14:01   수정 2021-02-09 00:31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미 외교관을 비롯한 관료들이 대만 당국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한 내부 규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임기 막바지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인 대만과의 관계에 변화를 선언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 국무부는 그동안 외교관, 군 장병, 기타 공무원이 대만의 대화 상대방과 접촉하는 것을 규제해 왔으나 이제 이런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민주동 소속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인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다만 대만에 대사관 역할을 하는 재대만미국협회를 두고, 국내법으로 대만관계법을 제정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교류를 이어왔다.

AF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마지막 2주를 남긴 시점에 나온 이 선언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보고 세계 무대에서 고립되도록 시도해온 중국을 격분시킬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지난 9일 '외국 법률·조치의 부당한 역외적용을 저지하는 방법'이라는 상무부령을 발표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이 부과해 온 중국 고위공무원과 주요 기업들에 대한 각종 제재에 대응하는 조치다.

중 상무부는 "외국법이 해외에서 국제법을 위반해 중국인과 제3국 국민 간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부당하게 금지·제한하는 경우 관할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령에 따라 중국은 부당한 사례가 확인되면 정부 차원에서 해당 외국법을 따르지 않도록 하는 '금지령'을 내릴 방침이다. 또 부당한 법 적용으로 합법적 권익을 침해받은 중국의 개인과 법인이 중국 인민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 정부가 실질적인 상황·필요에 따라 필요한 반격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홍콩 로펌인 스텝토&존슨은 "이번 법령은 중국 사업 비중이 큰 미국 기업을 압박할 수 있겠지만 중국 밖에서 실제로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이 미국의 조치를 따르는 것을 막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 다수를 '블랙리스트'에 올렸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비롯한 홍콩·중국 관리 다수의 금융거래도 제한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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