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전혀 놀랄 일도, 예상 밖의 일도 아니다. 1983년 합계출산율(2.06명)이 인구대체수준(2.1명) 밑으로 떨어졌을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이미 충분히 경고됐던 일이다. 정부가 뒤늦게 2006년부터 경제 개발하듯 5개년 계획을 허겁지겁 만들어 나설 때도 결과는 대충 짐작 가능했다. 150조원에 달하는 예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결과는 참담하다. 답답하고 안타까워 몇 가지 제안해보고자 한다.
이씨 부부 같은 난임부부가 지금도 전국에 15만~20만 쌍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고생 끝에 낳은 아이가 전체 출산아의 6% 이상이다. 그러나 한 차례 시술에 300만원이 넘는 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부부도 많다.
정부 지원은 선별적이다. 지원을 받으려면 소득이 중위소득 180% 이하이고, 산모 나이가 44세 이하여야 한다. 지원 횟수도 10회 이내로 제한된다. 한방 시술은 전액 자비 부담이다. 지원도 쥐꼬리만큼이다. 지난해 약 200억원이 배정됐다. 청년 해외취업 지원정책(424억원), 대학 인문역량 강화(425억원) 등 ‘무늬만 저출산 예산’을 조금만 줄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장에선 “첫째 아이 낳을 때까지만이라도 정부가 제한 없이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다.
연애·결혼·출산 포기자들에 대한 대책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돈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조사에 따르면 비혼·출산 포기 확산의 배경엔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일자리, 주거, 교육 등 현실적인 부담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비혼 선호 추세를 당장 바꾸긴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일자리 주거 등의 문제는 다르다. 지금 같은 시장개입형 정책을 시장친화형으로만 바꿔도 상당수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이달 내 범정부 차원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또 만든다고 한다. 감동 없는 정책은 앙꼬 없는 찐빵이요, 대답 없는 메아리와 같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꼭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감동 정책들이 나와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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