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위에 건물을 지을 때는 용적률의 제한을 받는다. 서울의 경우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250%로 제한된다. 대지면적 330㎡에는 연면적 825㎡까지 지을 수 있다. 그런데 용적률을 계산할 때 지하층 면적은 용적률 산정을 위한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지면적 158.75㎡, 연면적 296.64㎡인 건물을 예로 들어보자. 연면적에는 지하 1층 면적인 23.64㎡가 포함돼 있지만, 용적률을 산정할 때는 지하층을 제외한 273㎡만 연면적으로 본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면적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지하층 공사는 지상층보다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무작정 많이 판다고 좋은 건 아니다. 게다가 지하층의 임대가격은 통상 지상층에 비해 50~60% 수준으로 낮다.
하지만 이 건물이 경사지에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건축법상 지하층은 해당 층의 바닥에서 지표면까지 높이가 층고의 절반 이상인 것을 말한다. 따라서 건물의 앞뒤로 경사가 있는 경우 지하층의 한 면이 지상으로 노출되더라도 이 층은 지하층으로 인정된다. 지하층이 또 다른 1층 역할을 하는 셈이다.
게다가 이런 건물은 주택과 상가가 함께 있는 상가겸용 주택이고 본인이 오랜 기간 거주도 했다면 세법상의 이득도 있다. 상가겸용 주택은 주택 면적이 상가 면적보다 클 때 건물 전체를 주택으로 간주한다. 상가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상한이 30%지만 주택은 80%로 더 높다. 지상층의 주택 면적 비율이 50%가 안 된다면 지하층을 주택으로 사용할 경우 이 같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처럼 경사지에 있는 건물은 지하층을 활용해 임대수익을 높이고 용도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서울 내 13만 동의 건물과 그 대지 중에는 경사지에 있어 이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경사지는 복이 없다’는 속설에 매몰되지 말고 눈을 크게 떠야 하는 이유다.
우병탁 <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겸 세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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