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CES 행사가 온라인 개최로 바뀌면서 세계 최대 ‘컨벤션 시티’도 타격을 입었다. 공항에서 만난 우버 기사 켈빈 스미스 씨는 “1년 전과 비교하면 전체 손님은 70%, 공항 손님은 90% 급감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월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방문객은 354만5100명에 달했다. 이 중 CES 등 컨벤션 행사 참석자는 71만7000명으로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4월 라스베이거스 방문객은 10만6900명으로 급감했다. 컨벤션 참석자는 4월 이후 매달 0명에 머물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넓은 주차장은 텅 비었고, 일부 장소는 코로나19 선별검사를 위한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내부를 둘러보려 하자 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 테스트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고 저지했다.
도시를 이끌고 있는 호텔과 식당도 초토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CES 행사 기간 1000달러(약 110만원)를 넘던 라스베이거스 호텔 하루 숙박료는 150달러(약 17만원)로 떨어졌다. 도심 내 5성급 호텔의 한 매니저는 “그나마 CES가 열려 코로나19로 받은 타격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마저 사라졌다”고 했다.
호텔과 카지노, 식당 등이 연쇄 타격을 입으면서 지역 일자리도 급감했다.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네바다주립대(UNLV) 호텔경영학과를 지난해 졸업한 한국인 유학생 지미 김 씨는 현재 식당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UNLV 출신이면 이력서를 내는 순간 일자리를 구했지만 지금은 호텔 신규 채용이 제로”라고 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 6월 이후 석 달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라진 일자리만 22만5000개(미국 노동통계국)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3년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라진 일자리(약 18만개)보다 더 많다.
빅테크기업이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도 차분한 모습이다. 현지 테크회사 관계자는 “CES가 온라인 행사로 전환되면서 업무가 많이 줄었다”며 “담당팀도 모두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자체적으로 미리 영상을 만들어 행사 당일엔 더 한가해질 것 같다”고 전했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사를 앞둔 하루 전까지 참가 기업 수가 확정되지 않고 계속 바뀌고 있다. CTA는 미리 낸 참가비를 환불해주거나 크레디트(다음해 오프라인행사 비용)로 대체해주고 있다.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내년엔 오프라인으로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커 대부분 크레디트를 선택하고 있다”고 했다.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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