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서 상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던 도곡동 재건축이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4개 단지가 조합 설립을 추진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가 지난 8일 3.3㎡당 5668만원이라는 사상 최고 일반분양가를 승인받은 것도 재건축에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도곡삼호아파트 조합은 지난 9일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도곡삼호 재건축은 도곡동 540 일대 144가구 아파트를 지하 3층~지상 18층 규모의 아파트 4개 동, 308가구(투시도)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도곡삼호는 대단지인 도곡렉슬(3002가구)을 마주보는 위치에 있다. 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이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고 도곡중, 강남세브란스병원과 붙어 있어 생활 편의성이 좋은 편이다. 조합 관계자는 “내년쯤 100여 가구를 일반분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144가구 규모의 소단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도곡동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4개 단지(1300여 가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도곡삼호는 도곡로와 언주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어 광고 효과가 큰 지역”이라며 “앞으로 진행될 도곡동 4개 재건축 단지 수주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4개 단지 중 대표적인 곳이 도곡 개포한신(622가구)이다. 이 단지는 작년 6월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사업시행인가(환경영향평가) 단계에 있다. 조합은 올 하반기까지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마무리하고 시공사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 인근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용적률이 145%로 낮아 재건축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포한신과 인접한 개포우성 4차(459가구)와 개포우성 5차(180가구), 개포 럭키(128가구) 등도 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도곡동은 대치동이나 개포동의 재건축 단지에 비해 가구 수가 적어 저평가받았다. 대치동 은마(4424가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등이 초대형 단지인 데 비해 도곡동은 700가구를 넘지 않는 중·소규모 단지로 구성돼 있다.
도곡동 아파트 시세도 상승하고 있다. 도곡 개포한신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22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건축심의 통과 전인 작년 6월 매매가격(20억4500만원)보다 2억원 상승했다.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개포우성 5차 전용 84㎡는 지난달 12일 16억5000만원에 손바뀜돼 지난해 9월(15억8000만원)에 비해 7000만원 올랐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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