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식자재 유통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의 실적은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단체 급식과 식자재 국내 1위 기업으로 2019년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순식간에 적자 기업으로 전락했다. 회사의 양 날개인 단체급식과 식자재 납품 사업이 재택근무 확대, 외식 불경기로 모두 꺾였다. 회사는 지난해 1분기 126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CJ프레시웨이는 오뚜기처럼 일어섰다. 2분기 2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3분기엔 그 규모가 118억원으로 세 배 이상 급증했다. CJ프레시웨이는 가장 빨리 위기에서 벗어난 ‘코로나 시대 모범생’으로 불리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급식은 줄지만 조리제품 수요는 그대로”
CJ프레시웨이의 위기 탈출 비결은 새로운 시장 개척과 과감한 유통 구조 개선, 선제적 투자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엔 CJ프레시웨이의 급식용 식품공장 ‘센트럴키친’이 있다. 지난 5일 방문한 경기 이천시 백사면에 있는 센트럴키친은 연면적 1만1173㎡ 규모로, 하루 약 25t의 반찬류를 생산하는 식품공장이다. 생산하는 반찬류만 국, 탕, 구이 등 60여 가지에 달한다. 모두 단체급식 현장에서 포장만 뜯어 데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반조리 식품이다.
CJ프레시웨이는 코로나19 타격이 본격화한 지난해 6월부터 이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CJ프레시웨이는 학교, 직장 급식시장이 된서리를 맞자 탈출구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유행하고 있는 밀키트(반조리) 열풍을 활용했다. 김준회 센트럴키친 센터장은 “조리가 까다로운 음식을 만들기 싫어하는 것은 가정에서나 급식 조리사나 모두 같은 마음”이라며 “급식사업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지만 반조리 식재료를 원하는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넓어진 소비자층
예상은 적중했다. 코로나19 시대엔 외부 식사보다 구내식당 식사가 더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마케팅에 나서자 새로운 거래처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500인 이상 정보기술(IT)기업 10곳을 새로운 거래처로 확보했다. 또 직장 대신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겨냥했다. 지난해 10월 서울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올해부터는 재가노인(거동이 불편해 집에서만 머무는 고령자)들을 겨냥해 시니어케어 전문기업 비지팅엔젤스코리아와 협업해 노년층 맞춤 식단을 공급하기로 했다. 비지팅엔젤스가 원하는 식단을 신청하면 CJ프레시웨이가 반조리 또는 완조리 상품 형태로 매주 1~2차례 배송해주는 식이다.
식자재 시장 경쟁의 룰을 바꾸다
CJ프레시웨이는 선제투자에도 열심이다. 2016년 소스 전문기업 송림푸드를, 2019년 식자재 전처리 전문기업 제이팜스를 인수했다. 소스와 즉석조리식품 등 1000여 개 제품을 생산하는 송림푸드의 매출은 올 상반기 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다. 송림푸드는 글로벌 식품안전시스템 인증을 받아 글로벌 프랜차이즈 진출은 물론 식자재 수출 채비도 마쳤다.
이천=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