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PEF 보유 매물로는 한온시스템 쌍용양회(이상 한앤컴퍼니), 두산공작기계(MBK파트너스), 대한전선(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자동차 공조시스템 제조사인 한온시스템은 몸값이 10조원을 넘는 대형 딜로 주목받고 있다. VIG파트너스가 보유한 바디프랜드, KKR이 투자한 티몬 등은 증시 활황에 힘입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포트폴리오 회수 측면에서 주가 상승은 PEF에는 반가운 일이다. 특히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등 활황장에 올라탈 수 있는 비상장 매물을 보유한 PEF들은 분위기가 밝다. 높은 가격에 IPO 작업이 수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PEF들은 매물을 인수해 가는 기업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하는 여유도 보인다.
하지만 경영권 인수를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운용사 대형화와 넘치는 유동성으로 국내에서도 조(兆) 단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가 속속 결성됐지만 좋은 매물을 적당한 가격에 인수하기는 점점 어려워져서다. 한 PEF 관계자는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기업의 실적에 기반한 실제 기업가치와의 격차는 커지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비상장사도 비교 대상이 되는 동일 업종 상장사의 가치 급등으로 시세가 함께 오르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막대한 미소진 자금(드라이파우더)을 앞세운 글로벌 PEF들이 올해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인수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토종 PEF들은 긴장하고 있다. 시장에 나온 매물의 몸값이 치솟고 인수 경쟁까지 치열해지면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률을 맞추기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M&A업계에선 2021년이 PEF ‘최악의 빈티지(vintage)’가 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해마다 강수·일조량에 따라 와인의 품질이 달라지는 현상에 빗댄 말이다. IB 관계자는 “투자 집행을 마냥 미룰 수는 없어서 올해 기업을 인수했다가 기업가치가 꼭지를 찍고 내려가버리면 몇 년 후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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