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CTA가 본 행사 시작에 앞서 공개한 ‘CES 혁신상’에 국내 스타트업 제품과 기술 18건이 이름을 올렸다. 발표를 앞둔 분야가 남아 있어 행사기간 더 많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국내 스타트업의 활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성장한 원격 헬스케어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알고케어가 헬스&웰니스 분야에서 혁신상에 선정됐다. 알고케어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 영양제를 제조하는 솔루션이다. 앱으로 이용자의 의료·운동·생활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건강 상태에 따라 영양성분 함량을 조절해 영양제를 제조한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변화된 상황에도 대응한다.
에이치로보틱스의 비대면 재활 솔루션인 리블레스도 혁신상의 주인공이다. 리블레스 이용자는 원격으로 의료진이 가이드하는 재활운동 로봇을 통해 비대면 치료를 받는다. 루플이 개발한 조명장치 올리도 혁신상을 받았다. 올리는 이용자의 체내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명을 조절하는 기계다. 멜라토닌 생성을 조율해 활력을 찾게 해 준다.
비접촉 가상터치 패널을 개발한 브이터치는 스마트시티와 컴퓨터 주변 기기 및 액세서리 두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브이터치 가상패널은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이용자의 손짓을 계산해 최대 1.2m 거리에서도 접촉 없이 프로그램을 조작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CES 2021 혁신상에선 주로 코로나19로 변한 일상을 반영한 기술이 선전했다”며 “한국 스타트업들이 이런 흐름을 잘 파악했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룰루랩은 비대면 피부관리 솔루션 ‘루미니’로 ‘스마트홈’ 분야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루미니는 모바일 앱에 피부 데이터가 축적되고 개인별 맞춤 화장품 및 뷰티 제품을 추천한다. 전문가와 비대면 온라인 상담으로 가정에서도 체계적인 피부관리를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산업계의 새 화두인 ‘지속가능성’ 부문에서 점수를 딴 스타트업도 있다. 구(球)형 태양전지 소프트셀을 개발한 소프트피브이가 ‘스마트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상을 탔다. 기존 평면 태양전지는 수직으로 빛이 들어올 때 전력 생산을 가장 많이 해 시간·위치·계절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다. 반면 구슬 모양의 소프트셀은 사방에서 들어오는 빛이 모두 수직으로 들어와 효율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CES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은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해온 덕분이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CES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은 2019년 113개에서 올해 260개로 꾸준히 늘었다. 코로나19로 작년보다 전체 참여기업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 올해(1950여 개)에도 국내 스타트업은 30% 늘어났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스타트업이 꾸준히 CES에 참여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들은 스타트업의 참여를 조력해왔다. 2012년부터 시작된 삼성전자 벤처 육성프로그램 ‘C랩’은 이번 CES에 총 21개 단체의 참여를 지원했다.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 우수 과제 4개와 사외 기업 대상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가 육성한 스타트업 17곳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건전한 국내 창업문화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CES는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지속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OTRA는 디지털로 개최되는 CES에서 총 89개 스타트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한국관’을 열었다. 권평오 KOTRA 사장은 “그간 추진한 온라인 마케팅의 노하우와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스타트업들의 혁신 제품을 널리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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