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사진)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남은 임기 동안에도 임금님이 아닌 대통령으로 돌아오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칼럼에서 문 대통령을 '착한 임금님'에 비유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홍 전 대표는 11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잡초, 즉 적폐를 다 없애겠다고 해서 우리에게 후련함에 대한 기대를 줬다. 그런데 정작 자기 앞마당 무성한 잡초는 건들지도 않는 형국이 이어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 구호에 대해 "내용은 없고 수사(말이나 글을 다듬고 꾸미는 기술)만 있는 정부"라고 평가했다.
그는 "촛불 정신을 기치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길 기대했다"며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최저임금 문제에 봉착했고, 조국 사태를 보면서 이들이 내걸었던 윤리적 우월성이라는 것이 토대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어 "적어도 수구세력과는 다를 것이라 믿었는데 그게 전혀 안 보였다"고 덧붙였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집값을 잡는다고 장담했는데 거의 파탄이 났다"며 "그렇다면 왜 이렇게 됐는지, 어떤 변수를 못 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얘기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건 정치 지도자로서의 책임윤리다. 매우 당연한 일인데 그런 게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도 마찬가지다. 안전 문제 때문에 눈물 흘리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 놓고 어떻게 이렇게 모른 척할 수 있나. 이 점에서 대통령이 아니라 임금님 같다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는 현 정부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팬덤 정치'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노사모의 경우 대통령이 펼치는 정책이 팬덤에 작용했다"며 "지금 문 대통령에 대해선 그런 게 없다. 지금은 그냥 좋은 인상이나 화려한 수사에 대한 단순한 호오(좋고 싫음) 감정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감정에 빠지면 옳고 그름, 진실과 허위를 분간하는 이성을 마비시키는데, 이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홍 전 대표는 그 사례로 "한겨레신문이 창간 후 30여년간 인물 뒤에 '씨'를 붙이기로 정해왔다"며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기 위함이었다. 노사모에선 영부인을 권양숙씨라고 칭해도 한 번도 뭐라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김정숙씨'라고 했다가 난리가 나지 않았나. 지금의 팬덤 현상을 설명하는 작지만 상징적인 예다. 민주주의가 성숙이 아닌 퇴행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팬덤의 '덤'은 집단이라는 뜻이잖나. 무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나와 똑같은 사람이 이렇게 주변에 많은데 내가 틀리겠어?'라고 생각하고, 생각의 수정 또한 불가능해진다"면서 "이런 현상이 민주주의 발전에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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