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사망·사고 시 경영진을 최대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 자체가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지적은 그동안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대재해법이 ‘형벌법규의 보충성’ 원칙에 반(反)할 뿐더러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을 처벌한다는 법안의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강은미 안에 대한 대한변협의 지적사항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최종안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평가다.
대한변협은 먼저 ‘형벌의 보충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가의 형벌권은 형벌이 아니고서는 법익 보호가 불가능한 최후의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한변협은 근로자와 시민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입법목적에는 동의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꺼내든 수단이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대한변협은 “현재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사고에 대해 과연 국가와 사회가 어느 정도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인지 대단히 의문”이라며 “(해당 법안은) 시기상조인 동시에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손쉽게 전가시키려는 태도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경영진이 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을 했더라도, 결과적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진이 처벌될 수 있다. 대한변협은 “결과예견의무와 결과회피의무의 이행가능성보다는 ‘결과발생방지의 필요성’을 우선시하는 입법”이라며 “결과적으로 ‘책임주의 형법’이 아니라 ‘결과책임 형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공감대 확보를 위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대한변협은 “중대재해에 대해 기업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형벌체계는 우리 법제에 대단히 생소한 체계”라며 “영국의 경우 이번 법안과 유사한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이 2007년 제정되기까지 60여년의 논의와 연구과정을 거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란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변협은 지난달 강은미 의원안에 대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검토보고서를 냈지만, 대한변협의 지적사항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중대재해법(대안)이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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