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우울증약으로 경증 코로나 임상 진행

입력 2021-01-11 13:21  

우울증, 강박장애 치료제로 사용되는 듀미록스(성분명 플루복사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에 효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 시험이 진행된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정용필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8일 국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경증 코로나19 환자에게 듀미록스를 투여하는 연구자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듀미록스는 애보트에서 개발한 우울증 약으로, 국내 판매권은 JW중외제약이 갖고 있다.

정 교수팀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확진자 406명을 절반으로 나눠 한 그룹은 JW중외제약의 듀미록스를 하루 두번씩 10일 간 투여하고 다른 그룹은 가짜약을 투여해 효과를 확인할 계획이다.

정 교수팀은 "일반적으로 생활치료센터에서 병원으로 전원되는 비율이 2~5% 정도지만 최근 국내 연구 결과 이 비율이 10%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플루복사민 투여 환자군은 임상 악화 환자 발생이 75% 정도 줄어들 것을 가정하고 연구 표본 크기를 산정했다"고 했다. 중도 탈락율 등을 반영해 40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플루복사민은 선택적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계열의 항우울제다. 2019년 미국 버지니아 대학 면역학센터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 약이 패혈증과 관련된 치명적인 염증 질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지난해 5월 에릭 렌제 미국 워싱턴대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팀은 플루복사민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을 차단해 중증도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학협회지 '자마' 온라인판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플루복사민 투여 그룹은 증상이 악화된 환자가 없었지만 가짜약을 투여한 그룹은 8.3%가 중증으로 진행됐다. 152명의 확진자를 플루복사민 투여군(80명), 가짜약 투여군(72명)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다.

플루복사민은 프로작, 졸로프트 등 다른 SSRI 계열 항우울제와는 달리 몸 속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시그마-1 수용체(sigma-1 receptor)와 강력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염증 유발 물질이 생기는 것을 줄여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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