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12일(09:4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BBB급(신용등급 BBB-~BBB+) 기업 중 올해 가장 먼저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를 결정한 이후 처음 채권 투자자들로부터 평가를 받을 전망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다음달 초 2년 만기 회사채 1100억원어치를 공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달 말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 KB증권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발행 준비에 돌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과 달리 이번엔 정부의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도움 없이 스스로 투자자를 모집하기로 했다. 지난해 SPV로부터 총 1500억원을 수혈받으면서 지원 한도 중 상당금액을 채운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SPV는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을 총 재원(10조원)의 2%인 2000억원까지 할 수 있도록 정해두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자체 능력만으로 채권 투자수요를 얼마나 모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1300억원)과 12월(1500억원) 회사채 발행에 나서 각각 480억원, 1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비우량 회사채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SPV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 번에 1000억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아홉 번째로 높은 ‘BBB’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인수되는 것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투자자 모집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말 두산그룹으로부터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오는 31일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매매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 새 출발을 하게 된다. 업계에선 두산인프라코어가 건설 기계·장비를 주요 사업으로 거느린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되면서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연초 회사채시장의 강세 역시 수요예측 결과를 좌우할 요인으로 꼽힌다. 우량등급인 롯데칠성(1조7450억원), GS(1조7000억원), SK텔레콤(1조1700억원)이 잇달아 1조원 이상의 투자수요를 모으며 흥행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새 운용자금을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우량 회사채를 쓸어담는 기관들이 비교적 신용도가 낮은 채권도 매수할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로 종료될 예정이던 하이일드펀드의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이 2023년까지로 연장되면서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저신용 회사채에 투자할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다. 하이일드펀드는 자산의 45% 이상을 신용등급 BBB+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면 공모주 배정물량의 5%를 우선 받을 수 있는 펀드다. 10%였던 공모주 배정물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최근 공모주 시장이 초호황임을 고려하면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산 매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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