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6개월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양부모 장모 씨의 첫 공판이 13일 진행된다. 검찰은 아동학대치사보다 형량이 높은 살인죄로 장 씨를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 씨의 첫 공판을 연다.
검찰은 장 씨가 발 또는 무거운 물체로 정인 양의 등을 내리찍어 장 파열로 숨지게 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외에 머리뼈와 갈비뼈, 쇄골, 다리뼈 등 곳곳이 부러져 있거나 부러졌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검찰은 조사했다.
이날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양부 안모 씨의 재판도 함께 진행된다. 그는 정인 양이 골절과 출혈이 있고, 장 씨에게 학대를 암시하는 문자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올 초 생후 6개월이던 정인 양을 입양했다. “친딸에게 여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이유로 입양을 택했다. 그러고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아 학대를 시작했다.
살인죄 혐의가 적용되려면, 장 씨가 ‘고의성’을 갖고 정인양을 숨지게 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려면 장 씨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로 정인양을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 밝혀야 한다. 현재 장 씨 공소장에는 “‘불상의 방법’으로 피해자 등 부위에 강한 둔력을 가해 췌장 절단으로 인한 복강 내 출혈 등 복부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그동안 아동학대 사망 사건은 학대치사죄가 적용하는 일이 많았다. 가해 부모가 “체벌 차원에서 때린 것이지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해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아동학대가 가정 안에서 은말하게 이뤄지고, 일반 살인사건과 달리 흉기 사용이 없다는 점도 살인죄 적용에 걸림돌이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박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지만,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박 씨의 살인 고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다 2심인 부산고법은 살인죄를 인정해 형량을 높여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7세 아이에게 손과 발은 흉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9세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넣은 뒤 7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모씨(42)에게 살인죄 등을 적용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씨가 7시간 이상 밀폐된 여행용 가방에 아이를 가두면 질식사한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2015년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6세 원영이를 화장실에 감금한 뒤 하루 한두 끼만 주면서 상습 폭행한 계모와 친부도 살인 혐의가 인정돼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7년과 17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전문 부검의 세 명에게 사인 재감정을 의뢰해 살인죄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해외 논문을 토대로 장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남부지검에 전달했다.
다만 살인죄가 적용되면 아동학대치사보다 형량이 무거워 오히려 혐의 입증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법조계에서 나온다. 검찰은 공소장에 살인죄를 추가해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장씨 측은 변호인을 통해 학대와 방임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살인의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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