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불길한 예언가'로 유명한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가 "시장이 미 중앙은행의 제로금리 유지 기조를 과도하게 믿는 바람에 부정적인 측면들은 보지 못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로치 교수는 이날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반란,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 엉망이 된 V자형 경기 회복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측면이 상당히 많다"며 "그런데도 시장은 저금리 유지라는 긍정적인 측면만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로치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지속적인 봉쇄로 인해 경제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올해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5%안팎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치 교수는 "지난해 11월 미 소매판매가 예상과 달리 급감했다"며 "소비가 줄면서 12월 비농업 일자리도 14만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가 우리 눈 앞에서 미끄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치 교수는 미 연방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 집행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돈 풀기 정책의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미 기록적으로 커진 재정 적자가 더울 확대될 것"이라며 "국내 저축, 경상수지, 달러화 가치 하락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6개 국제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0.73%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로치 교수는 그동안 주장해왔던 달러화 하락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6월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달러인덱스가 2021년 혹은 2022년까지 35%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터뷰 이후 현재까지 달러인덱스는 7% 하락했다. 로치 교수는 "올해 달러인덱스는 15~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경상수지 적자뿐 아니라 유로화 강세, 제로금리 등을 반영한 관측"이라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