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국내에 동결된 자국 자금의 이자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전체 동결 자금 중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우선적으로 의약품 구매 등에 사용하게 해달라는 당초 요구에서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다. 현지를 방문하고 있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고위급 주요 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며 선박 억류 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란이 동결자금 문제만을 거론하며 억류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최 차관과 만나 “한국의 은행에 수년 동안 동결돼있는 우리 수출대금에는 심지어 이자도 지급되도 않았다”며 이자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다. 헴마티 총재는 “이란으로 돌아와야 할 석유수출대금이 2년 넘게 한국 은행 계좌에 묶여있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헴마티 총재는 그동안 한국에 쌓인 불만도 쏟아냈다. 그는 “미국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수출대금 거래를 해올 수 있었다”며 “한국은 우리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데도 우리는 아직까지 한국의 은행에 동결된 자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반 전 부총리와 경제 장관 등을 포함한 한국 당국자들과의 대화에서 석유 수출 자금 동결 해제 문제를 거론했다”며 “그들은 협조를 약속했지만 불행히도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은 전날 헴마티 총재를 비롯해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교부 장관,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하르라지 위원장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이다. 정식 외교 카운터파트가 아닌 채널을 통해서도 선박 억류 해제와 관련해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풀이된다.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혁명수비대가 바로 이 최고지도자의 친위대 성격의 군대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이란 측은 억류 문제는 환경오염 물질 배출에 따른 ‘기술적 문제’라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외교 당국이 이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했지만 이란 측은 “유관부서에 증거를 요청했다”며 아직까지 증거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최 차관은 12일 이란을 떠나 카타르로 이동한다. 최 차관은 이날 출국 전까지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법무부 차관, 세이에드 모하메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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