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나선 인어교주해적단

입력 2021-01-12 17:05   수정 2021-01-20 19:00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 수산시장에서 시세를 모르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수모를 당하기 십상이다. 인어교주해적단 앱을 켜는 이유다. 인어교주해적단은 수산시장 상점들의 시세정보를 공개하는 플랫폼이다.

인어교주해적단을 운영하는 더파이러츠의 윤기홍 대표는 “소비자, 점주, 산지 공급자 등이 어우러진 수산업 생태 플랫폼”이라며 “이 네트워크를 토대로 다양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어교주해적단은 윤 대표가 취미로 운영한 수산물 시세정보 블로그 ‘인어교주의 시장통 취재노트’가 인기를 끌면서 시작됐다. 사업 성공을 직감한 윤 대표는 2013년 직원을 모아 더파이러츠를 설립했다. 전용 앱도 개발했다. 블로그를 개설한 인어교주 윤 대표와 더파이러츠 직원들이 만들었으니 인어교주해적단이란 회사 이름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회사는 수산시장 공급자들을 일일이 설득해 제휴를 맺었고 현재는 전국 각지 수산·전통시장 700여 개 상점이 영업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윤 대표는 핵심 서비스인 시세 정보 콘텐츠에서 수익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는 “소비자와 점주 어느 쪽이든 과도한 수수료를 물리면 플랫폼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며 “멀리 내다보고 당장의 수익보단 플랫폼 성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꾸준히 플랫폼을 관리한 결과 인어교주해적단 이용자는 매년 늘었다. 2015년 10만 명에 불과하던 월간 이용자(MAU)가 2019년 말엔 50만 명, 지난해 12월엔 150만 명을 기록했다.

윤 대표는 “소비자가 모이자 상인들이 들어오고, 또 산지 공급자들도 모이는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이용자가 늘어나자 더파이러츠는 본격적인 수익화에도 나섰다. 인어교주해적단의 주요 이용자인 소비자, 상인, 산지 공급자를 잇는 사업들이다. 산지 공급자에게서 직접 수산물을 구입해 시장 점주에게 팔아 중간 이익을 낸다. 같은 방식으로 산지 공급자로부터 받은 수산물을 소비자에게도 직접 판매한다.

매출은 빠르게 늘었다. 2015년부터 매년 세 배 넘게 매출이 뛰었다. 투자금도 몰렸다. 2018년 30억원의 투자를 시작으로 누적 200억원을 확보했다.

더파이러츠는 투자금으로 해외 진출을 구상 중이다. 쫄깃한 식감의 회가 귀한 중국 남부, 동남아시아 시장에 국산 회를 수출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싱가포르 중국 등에 지사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한국 산지 공급자와 해외 소비자를 잇는 글로벌 수산물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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