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배출 경로를 벗어나 유출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방사능 오염 규모와 원인, 관리 부실 여부를 전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7년 전부터 제기된 삼중수소 유출 의혹이 왜 규명되지 못했는지, 누군가의 은폐가 있었는지, 원전 마피아와 결탁이 있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환경단체인 경주환경운동연합 등은 “2019년 4월 월성 3호기 터빈건물 지하수 배관계통에서 액체폐기물 배출 기준치(4만Bq/L)의 약 18배인 71만3000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치적 물타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 시즌2’가 시작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조직적 가짜뉴스 퍼뜨리기를 중단하라”고 했다.
이들은 “월성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는 게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며 “공당의 대표가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감사원까지 흔들려는 이 태도가 정녕 책임 있는 모습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장 원전 수사 방해와 감사원 흔들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감사원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부당성이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고, 검찰은 이를 기반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팩트와 과학적 증거에 기반하지 않고, 극소수의 운동가가 주장한 무책임한 내용이 비교 기준을 흐리는 식으로 확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비판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정 사장은 “삼중수소 유출은 없었다”고 결론 지은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이 임명한 공공기관장까지 여당 대표를 향해 공개적 반박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여당이 과학적 근거 없이 검찰의 원전 수사를 막기 위한 ‘정치적 밀어붙이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 역시 허탈감을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6개나 멸치 1g을 섭취했을 때의 수준”이라며 “월성 방사능 이야기는 월성 수사 물타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마피아는 없으며 원자력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양심에 따라 근근이 진실을 알리려고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원전 마피아’ 운운하며 부품 기업들을 고사시키면서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비리와 보조금 빼먹기가 난무하는 ‘태양광 복마전’에는 침묵하고 있다”며 “원전 마피아보다 ‘태양광 마적단’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성상훈/성수영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