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적금 깨 '황소장' 올라탄 직장인…큰손은 '조심조심' 돈 쟁여놓고 관망

입력 2021-01-12 17:37   수정 2021-01-13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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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 열기가 대단하다. 이틀간 약 7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의아할 정도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가세하고 있지만 시중자금 흐름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 예금이 증시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2040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수익보다 리스크 관리를 더 중시하는 거액자산가들의 뭉칫돈은 아직 관망세가 우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새해부터 ‘동학개미’의 왕성한 식욕으로 증시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지만 투자행태는 세대별로 엇갈리고 있다. 2040세대는 은행 예·적금을 깨고 전세금 담보 대출까지 끌어 직접 투자에 나선 반면 중장년 자산가들은 관망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연령대에 따라 ‘머니 무브’와 ‘머니 파킹’(잠시 주차하듯 맡겨 놓는 것)으로 나뉜 셈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 11일 요구불예금 잔액은 476조3487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19조5870억원 감소했다. 또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에 비해 1조3279억원 감소한 497조6498억원을 기록했다. 새로 예금에 가입한 사람보다 만기에 돈을 찾거나 해지한 사람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한 은행에선 지난 8일 하루 만에 50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0%가량 뛴 현상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4대 은행의 적금 잔액도 11일 36조966억원을 기록해 4일(36조1640억원)에 비해 674억원 줄었다. 통상 1월에 새로 돈을 모으려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경향과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2040세대가 이런 현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서울 여의도, 강남 등 직장인 고객이 많은 지점은 예·적금 해지 건을 처리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대형은행 여의도지점 관계자는 “점심시간을 틈타 창구에 방문해 예금을 찾고 대출도 함께 일으켜 증권계좌로 이체하는 사례가 많다”며 “은행원들에게도 주식 열풍이 불고 있는데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로 시작해보라고 권하면 ‘하루에도 5%, 10%를 벌 수 있다’며 면박을 듣기 일쑤”라고 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 자산가들은 ‘관망’하고 있다는 게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들은 주식보다 사업과 부동산을 통해 부를 일군 사례가 많아 지금처럼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위험자산에 올라타는 행동’을 꺼리는 면이 적지 않다.

일부 주식에 밝은 자산가는 지난해 ‘위기 장세’에 주식 비중을 높였고, 작년 말부터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한 은행의 PB센터장은 “고객 중 코로나 위기 직후 자산을 담보로 10억원을 대출받아 삼성전자 한 종목에 투자해 최근 큰 수익을 올린 사람이 있다”며 “한두 곳에 베팅하는 경우는 있어도 2040세대처럼 이곳저곳 옮겨가며 투자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했다.

PB들은 “지금은 리스크 관리에 신경써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승안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센터장은 “자산가들은 투자할 때 즉시 유동화할 수 있는지 여부, 리스크, 수익률 순서로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동학개미들은 정확히 반대 순서로 투자한다”며 “조정기가 온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김희정 농협은행 NH올백자문센터장은 “‘몰빵 투자’는 절대 금물이며 분할매수, 분할매도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현아/정소람/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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