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를 입양 후 장기간 학대해 생후 16개월 만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가 13일 법정에 섰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정인이 양모 장모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장씨 측은 일부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의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시민들 분노는 컸다. 추운 날씨에도 이날 재판이 열린 서울남부지법 앞으로 몰려든 이들은 "살인자 대단하다" "미친놈 죽어라"고 외치면서 이를 막아서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공판은 남부지법 본관 306호에서 진행됐다. 공분이 큰 사건인 만큼 법원은 공판 법정과 같은 층에 위치한 312호와 315호에도 중계법정을 마련했다. 1971년 개원 이래 중계 법정이 운영되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재판 시작 전부터 많은 인파가 법원으로 몰리면서 오전 10시 방청권이 배부되자 취재진과 시민들이 두 줄로 서 대기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재판 시작 직후인 오전 10시35분경이 되자 재판장이 "모두 일어나 주십시오. 재판을 진행하겠습니다"라고 시작을 알렸다. 구속 상태의 장씨와 양부 안씨가 법정에 들어서자 방청석이 술렁였다.
이들은 잔뜩 위축된 모습이었다. 재판장이 본격적 재판에 앞서 본인확인 절차를 위해 장씨에게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묻자 "0000년 00월 00일. 주부입니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최근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진 안씨 또한 같은 질문에 "0000년 00월 00일. 무직입니다"라고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살인, 예비적으로 아동학대 치사로 바꾸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며 구체적인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장씨에 대해 "살인죄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 치사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변경하는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은 지속적인 학대로 피해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복부에 강하게 위력을 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밥을 먹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를 강하게 흔들고 발로 피해자의 배를 밟는 등의 충격을 가해 피해자가 췌장 절단, 복강 내 출혈 등의 이유로 사망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모로서 애를 돌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 다만 아동학대 의도 없었다. 고의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근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점에 화가 나 누워 있는 피해자의 배와 등을 손으로 밀듯이 때리고, 아이의 양팔을 잡아 흔들다가 가슴 수술 후유증으로 떨어뜨린 사실이 있으나 장기가 훼손될 정도로 강한 둔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며"사고 당일 아이 상태가 괜찮아 보여 자리를 뜬 것이다. 자리에 돌아온 뒤 아이를 살폈을 때 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돼 병원에 데려갔으나 숨졌다"고 말했다.
공판이 끝나고 장씨가 법정을 나서려 하자 한 시민이 일어나 "악마 같은 것아, 네가 정인이 살려내라"고 소리쳐 혼란을 빚기도 했다.
재판이 끝난 후 정인이 양부모를 보기 위해 시민 수십명이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10여분이 지나도 안씨가 나타나지 않자 시민들은 "빨리 내보내라" "살인자 얼굴 보자"고 소리쳤다.
"피켓을 들지 말고 통로를 만들어달라"는 경위의 제지에 시민들은 "이 정도도 못하냐" "당신 딸이 정인이라면 우리를 제지하겠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안씨가 등장할 것을 예고하듯 20여명의 경찰이 올라와 막아서자 비난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시민들은 "어떻게 범죄자를 보호하냐" "아이를 보호했어야지" "살인자 국빈 대접하냐" "가해자 인권 지키냐" 등의 외침을 쏟아내며 울분을 토했다.
이윽고 안씨가 나타나자 시민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살인자 대단하다" "미친놈 죽어라"라고 외쳤다. 경찰이 안씨를 막아서자 한 시민은 "비켜라. 내 몸 손끝이라도 건드려봐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또 다른 시민은 답답한 상황에 울화를 참지 못해 엘리베이터를 맨손으로 치기도 하는 가운데 안씨는 서둘러 빠져나갔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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