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렬디지털컴퓨터는 비트 수가 늘어나면 기껏해야 그 수에 비례하는 정도로 연산 능력이 증가했다. 양자물리학의 중첩성으로 인해, 양자컴퓨터의 정보 단위인 양자비트(큐비트) 개수가 늘어나면 그 능력은 개수에 비례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현재의 디지털컴퓨터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기대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디지털정보는 얼마든지 복사가 가능하다. 이와 달리, 양자정보는 복사가 불가능하고 아주 작은 교란에도 쉽게 그 상태가 깨져 원상태를 회복할 수 없기 때문에 도청이 불가능한 양자암호 기술이 성립한다. 그렇지만 수백㎞ 수준의 양자암호를 실현하기 위한 양자중계기 구현이 쉽지 않고, 수학적인 암호기술과의 시장 경쟁도 만만치 않다.
기존의 측정 및 센서 방법은 측정 대상에 탐침을 상호작용해, 탐침에 남겨진 데이터를 읽어냄으로써 이뤄진다. 양자센서 방법에서는 양자물리학적으로 준비된 탐침의 상태가 측정 대상과 상호작용해 변화되고, 이 변화된 양자 상태를 양자물리학적으로 측정한다. 양자물리학의 가간섭성과 양자얽힘이 가진 예민한 특성으로 인해 아주 높은 정밀도를 얻을 수 있다.
현재의 계측 방법으로 광경로의 위상 변화를 측정할 때 광자 수를 100배 늘리면 정밀도는 10배 높아지고, 1만 배 늘리면 100배 높아져 정밀도가 제곱근 정도로 올라갈 뿐이다. 이를 표준양자한계라고 부르는데, 양자물리학적 원리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계측 방법으로는 측정 정밀도를 광자 수에 비례하는 정도까지 높일 수 있다. 이를 양자불확정성원리를 발견한 이의 이름을 붙여 하이젠베르크 한계라고 부른다.
보통 영상은 대상체에 쬐어 반사돼 오는 빛을 모아서 만든다. 양자이미징은 압축광, 얽힘 등 다양한 광원을 양자광학적으로 준비해 사용한다. 두 광자를 얽히게 해 광자 하나는 대상체와 반응하고, 다른 광자는 대상체와 만난 적도 없지만 영상을 만들게 하는 유령영상(ghost imaging) 기법도 양자이미징 방법 중 하나로, 대상체에서 반사돼 나오는 빛을 직접 모으기 어려운 경우에 유용하다. 기존 레이더로는 스텔스 기능이 있는 물체를 탐지하기 어려운데, 얽힌 마이크로파를 사용해 스텔스로 감춰진 물체도 잡아내는 양자레이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가 디지털정보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지만,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 실험연구에서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진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 기술이 아직 세계적으로도 충분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데다, 양자센서는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를 위한 요소기술이고 우리나라가 앞서 나갈 수 있는 여지도 있어 좋은 기회가 열리고 있다.
김재완 < 고등과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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