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자회사 현대케미칼은 올 하반기 가동 예정인 충남 대산 화학단지(HPC콤플렉스)에서 연 18만t의 EVA를 생산하기로 했다.
당초 이 단지에선 EVA 생산을 많이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EVA 수요가 크게 늘자 전략을 바꿨다. EVA와 생산공정이 비슷한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설비 일부를 EVA 생산으로 돌렸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연 30만t 규모로 LDPE와 EVA를 교차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VA는 기초유분인 에틸렌과 초산비닐을 섞은 합성수지다. 운동화 밑창, 필름 접착제, 압출코팅 등의 원료가 된다. 최근에는 태양광 패널 소재 용도로 가장 많이 쓰인다. 초산비닐 함량을 28% 이상으로 높인 EVA는 유연성이 좋아 태양광 패널 겉면을 보호하는 봉지재로 활용된다.
현대오일뱅크의 EVA 생산 결정도 태양광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EVA 세계시장 규모는 작년 기준 약 400만t, 10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2024년 500만t,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생산능력 기준 점유율은 약 20%다. 한화토탈이 연 38만t으로 가장 크고 한화솔루션(16만6000t), LG화학(14만t), 롯데케미칼(9만t)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현대오일뱅크가 본격 생산에 나서면 한화토탈에 이어 단숨에 EVA 2위 기업이 된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EVA 사업에서만 연간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한다”며 “EVA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다양한 스페셜티 화학제품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재개된 영향이다. 작년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미뤄졌던 태양광 발전 설비 투자는 하반기 급격히 늘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선 하반기 태양광 발전 설비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 수요는 150GWh에 달해 전년(120GWh) 대비 2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유사들은 최근 앞다퉈 친환경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BP 토탈 쉘 등 유럽 석유 메이저 기업은 석유 부문 투자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에 집중하고 있다. BP는 203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50GWh까지 늘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토탈 또한 2025년까지 35GWh 규모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시행할 계획이다. 원전 1기 발전량(약 1GWh)의 35~50배 수준이다.
국내 정유사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 차원에서도 국내 정유사의 친환경 사업 진출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