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모자 비극 막겠다"…서울시, 부양의무제 폐지

입력 2021-01-14 16:00   수정 2021-01-14 16:14


소득과 재산이 없는데도 배우자나 부모, 자녀 등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시가 '방배동 모자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기로 해서다.

서울시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포함한 9대 종합 복지개선대책을 시행하겠다고 14일 발표했다. 우선 시는 내년으로 예정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제의 단계적 폐지에 앞서 전국 최초로 부양의무제를 없애기로 했다.

부양의무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직계혈족과 배우자,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간 서로 부양의 의무가 있다'는 규정을 말한다. 이 때문에 조부모나 부모 또는 자녀, 배우자 등이 일정 재산과 소득이 있으면 실제 왕래가 없다하더라도 생계급여와 같은 정부의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지난해 말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60대 어머니가 생활고로 숨진 뒤 반년간 방치됐다 발견돼 안타까움을 샀던 '방배동 모자 사건' 역시 부양의무제로 인한 복지 사각지대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혼한 아버지와 딸이 서류상 부양의무자로 돼 있어 기초생활보장제도 중 주거급여(약 28만원 월세보조) 외에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같은 추가적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 부양의무제 폐지로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해 부양가족이 있어도 소득과 재산 기준만 충족하면 생계비 등을 지원키로 했다. 현재 기준중위소득 45% 이하, 재산 1억3500만원 이하, 부양의무자 소득·재산 기준 충족시 지원하는 서울형 기초보장제도의 수급자는 4168가구다. 부양의무제가 폐지되면 2300여 가구가 새로 급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 50세 이상에 가사와 간병 등을 지원하는 돌봄SOS서비스 기준은 완화한다. 이달부터는 자격기준 탈락자도 긴급한 상황이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비용지원 자격확인을 위한 소득 조회에 시간이 걸리거나 애매할 경우 '선지원 후검증' 원칙을 적용한다.

자치구별로 제각각인 위기가구 방문 모니터링은 위기 정도를 1∼4단계로 나눠 각각 월 1회, 분기 1회, 6개월 1회, 연 1회 방문으로 체계화할 방침이다. 이외에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취약 노인·1인 가구 관리, 노숙으로 내몰린 취약계층을 찾기 위한 거리순찰 강화, 주민센터 복지인력 전문 컨설팅, 현장위기대응 광역컨설팅단 운영 등도 대책에 포함됐다.

김선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보건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부양의무제를 폐지할 계획"이라며 "서울시가 부양의무제를 먼저 폐지하면 정부의 부양의무제 폐지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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