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는 미국의 민주주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우선 팬덤 정치의 폐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히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민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는, 심지어 노력하는 척도 하지 않는 내 생애 첫 대통령”이라고 비판했을 정도다.
둘째, 거짓 주장 유포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패배 후 곧바로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폈다. 트럼프 측이 낸 ‘선거 사기’ 소송은 법원에서 무더기로 기각됐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서마저 인정받지 못했다. 트럼프 측이 개표 결과에 이의제기를 한 몇몇 주에선 재검표를 했지만 결과가 바뀌지 않았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객관적 사실은 외면한 채 검증되지 않은 선거 사기 주장을 반복했다.
급기야 지난 6일 대선 불복 집회에서 “우리는 죽도록 싸울 것”이라며 지지자들이 의회로 달려가도록 부추겼다. 친트럼프 시위대의 의회 난입 사태는 두 달 넘게 이어진 트럼프의 대선 불복과 맹목적 추종 세력이 빚어낸 합작품이란 지적이다.
셋째, 쓴소리 공무원 찍어내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에 안 드는 공무원은 가차 없이 잘라냈다. 작년 4~5월 국무부, 복지부, 정보부처, 국방부 소속 감찰관 4명을 해임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 감시와 비판을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국무부 감찰관은 트럼프 충복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권한 남용 조사로, 복지부 감찰관은 코로나19 진단 장비와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로 트럼프의 눈 밖에 나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공화당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대선 두 달 뒤 치러진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이 완패한 게 그 증거다. 조지아는 공화당 텃밭이다. 공화당 후보는 둘 다 현역 상원의원이었다. 조지아에 걸린 상원 2석 중 최소 1석은 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도 공화당은 조지아에서 전패했다. 조지아 결선투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으로 바뀌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결과다. ‘트럼프 엄호’에 급급해 상식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결과 극성 지지층은 지켰지만 중도층을 잃은 것이다.
이제 5일 뒤면 트럼프 시대가 막을 내린다. 조 바이든 차기 대통령이 어떻게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손상된 민주주의를 회복할지에 미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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