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구사마 야요이, 김환기, 이우환….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유하는 건 멀고 먼 얘기처럼 들린다. 수백억원대 자산가들만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이들 작품을 사고 있다. 최소 1만원부터 원하는 금액만큼 누구나 살 수 있다. 아트투게더, 아트앤가이드 등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통해 여러 사람과 함께 이들의 작품을 소유하는 방식이다.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30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트투게더에선 1만원 단위로 조각을 판매한다. 1000만원을 투자해 1000조각을 사고도 10억원짜리 그림을 공동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아트앤가이드에선 그림 가격대별로 조각 금액이 다르다. 한 작품의 가격이 2000만원 이하면 조각 금액도 10만원 이하다. 2000만원 이상이면 조각도 10만원을 넘어선다. 500만원 이하는 조각당 1만원이다. 두 플랫폼의 평균 수익률은 18~23% 수준이다. 둘 다 재구매율이 50%에 이른다.
스위스에서 발전한 미술품 공동구매가 국내에서 시작된 건 2018년부터다.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예술을 향유하고 나아가 직접 시장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20~30대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투자 방식이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처음엔 공동구매로 시작하고 투자 금액을 늘려 혼자 한 작품을 통째로 사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였다.
공동구매를 하면 작품을 집에 걸어놓을 순 없다. 대신 작품 확인증을 발급받게 된다. 작품을 직접 보고 싶으면 해당 업체의 전시장에 가 관람할 수도 있다. 작품의 투자 수익은 공동구매 후 재판매로 발생한다. 작품값이 충분히 올랐을 때 업체에서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아 재판매한다. 아트투게더에선 재판매 전에 투자자들이 산 작품 조각을 중도 매매할 수 있는 ‘조각거래소’도 운영하고 있다. 주식처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공동구매 등의 단계에서 나아가 본격적으로 미술 투자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강의 프로그램도 있다. 세계적인 경매업체 소더비인스티튜트가 마련하는 ‘더 아트 오브 컬렉팅’이 대표적이다. 오는 27일부터 3월 16일까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소더비인스티튜트 관계자는 “세계적인 작품들을 보며 나만의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며 “글로벌 미술 전문가와 애호가들이 만나 소통하고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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