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드론으로 본 듯한 조선 동궐도…어떻게 그렸나

입력 2021-01-14 17:48   수정 2021-01-15 02:57


고려대박물관에 소장된 ‘동궐도’는 조선시대 창덕궁과 창경궁을 묘사한 작품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 구도로 구성된 그림이다. 비행기가 없던 시절, 구중궁궐의 많은 건물과 주변 풍경을 하늘에서 찍은 것처럼 정교하게 그렸다.

고려대 공과대학 교수진이 쓴 《첨단×유산》에선 동궐도에서 드론의 원리를 찾아낸다. 동궐도의 부감법이 드론의 시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드론으로 동궐도를 촬영해 3차원 도면으로 만든 뒤 동궐 복원에 활용한다.

《첨단×유산》은 논어에 나오는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가 떠오르는 책이다. ‘옛것을 충분히 익혀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만하다’는 뜻처럼 조선시대의 문화유산에서 21세기 첨단기술과 연결되는 지점을 포착한다. 시선, 색깔, 무늬, 철기, 정보, 지도, 공간, 시간, 인식, 생명 등 10가지 키워드로 전통 유산과 첨단과학을 시공간을 뛰어넘어 엮는다.

이 책에선 다양한 유물과 기술이 소개된다. 철기와 관련해선 20년 이상 전통 제철법과 도검 제조법을 복원하고 있는 이은철 도검장이 조선시대의 사인검을 매개로 한국의 전통 제철법을 설명한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포스코에서 개발한 기가스틸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국의 차세대 제철기술을 조망한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관련해선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차에 대해 논한다. ‘대동여지도’는 조선판 내비게이션이었다. 김종혁 고려대 미래국토연구소 교수는 “대동여지도는 도로선을 직선으로 처음 표시한 교통망 모델”이라며 “지도의 정량화를 꿈꾸며 그 첫발을 내디딘 지도”라고 평가한다. 또 “한국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개발이 진행된 자율주행기술에서는 내 차의 위치를 제어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도로선을 포함해 도로 상황 전반에 대한 거리와 각도, 고도 정보를 정량화함으로써 실현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조선시대 백자에선 원료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당대 사람들의 기호와 취향, 정서와 사상, 시대 양식 등을 반영한 작품이 수백 년 뒤 미래가 돼서도 사랑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지금 우리의 첨단기술은 어떤 유산을 만들어내고 있을까”라고 묻는다. 또 “더 이상 백자라는 형태는 아니겠지만 사람들의 소망과 필요, 과학과 시대정신이 만나 한국이 만들어내는 첨단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인다.

생명이란 키워드에선 탄생을 축복하는 마음을 담아 태를 담아 묻었던 태항아리와 유교 방식으로 죽음을 애도하는 조선의 제사 의례를 다룬다. 시대에 따라 생사관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어떤 방식으로 죽음을 극복하고자 했는지 설명한다.

21세기 바이오기술 학자인 오민규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현재 과학분야에서 어떤 기술로 탄생과 죽음의 방식을 바꿔가고 있는지 안내한다. 인간의 조절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멈춘 뒤 냉동 보관해 죽음의 상태를 유예시키는 냉동인간 기술, 유전자 가위를 통해 염기서열을 변형한 뒤 맞춤형 인간을 탄생시키는 복제인간 기술 같은 것이다. 생명의 개념은 역사적, 과학적으로 유동적인 개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앞으로는 삶과 죽음이 어떤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게 될지를 상상할 수 있다고 오 교수는 설명한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후반부에 나온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역사 흐름의 한 결과”라며 “인간의 욕심이 개입돼 불행을 만드는 쪽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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