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출신 소설가인 정철훈 작가가 쓴 《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은 한인 최초의 여성사회주의자였던 알렉산드라의 일대기다. 저자는 1992년 러시아 외무성 외교과학원에서 ‘10월 혁명시기 극동러시아에서의 한민족해방운동-알렉산드라 페트로브나 김 스탄케비치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와 러시아에서 출간된 알렉산드라에 대한 여러 소설과 평전을 정리하고 자료를 집대성해 그의 삶을 재구성했다.
저자는 알렉산드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소설 형식을 빌려 보여준다. 숨통을 조여오는 차르 헌병대의 감시망을 피해 블라디보스토크 나고르나야 14번지에 살던 그의 흔적을 숨 가쁘게 좇는다. 알렉산드라가 황급히 기차에 올랐을 오케안스크 역을 서성일 때의 감정을, 러시아 극동에서 우랄의 산악 지역까지 절실했던 감정을 생생하게 펼쳐놓는다. 저자는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내디딘 그녀의 발걸음은 우상으로서 알렉산드라가 아닌, 인간 알렉산드라의 실체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노동계에선 알렉산드라를 ‘노동자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국제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민족의식의 경계를 극복한 인물’로 저자는 재평가한다. 그런데도 이름이 생소한 것은 독립투쟁 시기부터 100년 넘게 이어진 이데올로기 대립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위해 투쟁해온 혁명가의 삶을 이념 대립이 역사에서 송두리째 지운 것”이라고 지적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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